(출처: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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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금성은 태양계에서 태양과 두 번째 가까운 행성(planet)이자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공전 궤도를 가진 행성이다. 그동안 탐사 분야에서 화성에 밀려 온 금성이 우주산업의 기술 발달과 더불어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금성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크기 및 평균 밀도가 가장 비슷해 ‘지구의 쌍둥이(Earth’s twin)’로 불리는 한편, 행성을 둘러싼 환경이 마치 지옥을 닮았다 해서 ‘태양계의 지옥’이라고도 불린다.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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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계획 연이어...새로운 금성 시대 도래

금성은 열을 가두는 대표적인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로 가득 차 있다. 온실효과로 인해 금성 표면온도는 최대 500도에 이르며, 두터운 대기층 때문에 대기압은 지구의 90배에 달한다. 금성을 뒤덮은 황사 구름에서는 종종 황산비도 쏟아진다. 

금성은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의 영어 이름 '비너스(Venus)'에서 이름을 따 왔는데 탐사 측면에서는 꽤나 위험한 여신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각국 우주 연구기관이 금성을 다시 주목하고 있으며, 탐사선 발사 계획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2023년 금성 궤도탐사선 발사 계획을 밝혔으며, 미항공우주국(NASA)은 2025년 금성에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연방우주국 ‘로스코스모스(Roscosmos)’가 2020년대 후반~2030년대 전반에 걸쳐 금성 탐사를 예정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파리천문대 토마스 위드만 연구원은 "금성은 앞으로 새로운 10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출처:pxhe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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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배경 가운데 하나는 금성 탐사가 생명 탄생에 필요한 조건을 규명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성은 지구와 매우 흡사하고 한때 지구와 같이 바다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성에 존재했던 물은 역사의 어느 시점에 대기에 대량의 열이 가해지면서 모두 증발했으며, 현재와 같은 생명체에게 매우 열악한 환경으로 변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전문가들은 금성과 지구를 둘러싼 환경이 나뉜 결정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면, 외계 행성의 생명체 존재 여부를 탐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물의 낙원에서 태양계 지옥으로?...“비너스가 궁금해”  

금성 탐사는 냉전시대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했던 1960~1980년대에 걸쳐 활발했지만 대다수의 탐사선은 금성의 가혹한 환경에 장시간 견딜 수 없었다.

금성 표면에 착륙해 가장 오래 활동한 탐사선은 구소련이 1981년에 발사한 베네라13호이며 액체 질소 냉각장치를 이용해 127분간 금성에 머물렀다. 

현재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자국 최초의 금성 기후탐사 위성 '아카쓰키(새벽曉)'를 통해 금성의 대기를 연구중이다. 아카쓰키는 2010년 지구를 출발한 후 예정에 없던 오랜 여행 끝에 지난 2015년 마침내 금성 궤도에 안착했다. 

日아카쓰키가 적외선 촬영한 금성의 모습(출처=JAXA)
日아카쓰키가 적외선 촬영한 금성의 민얼굴(출처=JAXA)

아카쓰키는 예상 수명을 넘긴 상태이며 당초 계획했던 임무도 거의 마쳤다. 가령 금성의 활화산 존재 여부, 대기 속 번개 현상, 풍속이 자전속도보다 훨씬 빠른 이유 등에 대한 정보 수집이다.  

금성 탐사 계획을 밝힌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역시 금성의 대기 성분을 분석할 계획이다. ISRO의 금성 탐사선에는 카메라와 화학 분석 장비 등이 탑재될 예정이다. ISRO는 아직 성과가 적은 연구기관인 만큼 개념 증명에 중점을 둔 탐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금성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충분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탐사 그 자체가 갖는 의미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금성 지표에 대한 첫 연구 성과는 1989년 NASA가 발사한 탐사선 마젤란(Magellan)이 수행했다. 아쉽게도 마젤란 이후 30년 동안 금성 지표에 대한 새로운 조사 내용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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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마젤란이 알려온 작은 단서를 통해 “일찍이 금성 표면은 움직이는 지각 표층인 ‘텍토닉 플레이트(tectonic plate)’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플레이트의 움직임으로 대기와 표면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온도가 일정했다면 지금보다 생명이 살기 좋은 환경이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금성 표면에 존재하는 암석 종류에 대한 관심도 높다. 현무암과 화강암 모두 마그마가 식어 굳은 암석이지만 이 중 화강암은 대량의 물이 없으면 생기지 않는다. 금성 표면에서 화강암이 발견된다면 금성에 대량의 물이 존재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1994년 임무 종료 전 마젤란이 보내온 금성 지표 이미지
1994년 임무 종료 전 마젤란이 보내온 금성 지표면 이미지(출처:NASA)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州) 클리블랜드에 있는 'NASA 글렌 연구센터'는 장시간의 금성 탐사를 위해 최소 60일간 금성 표면에서 견딜 수 있는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금성탐사선에 탑재할 수 있는 ‘실리콘카바이드(Silicon-carbide)’로 전자장치를 개발한 필립 뉴데크 엔지니어는 "이는 금성 탐사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내구성이 우수한 전자장치를 사용해 LLISS(Long-Lived In-Situ Solar System Explorer)라는 소형 금성 표면 탐사기를 개발했다. LLISSE는 기온·기압·풍속·풍향·태양광 양·대기 중 화학 물질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이 이미 LLISSE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코스모스는 NASA와 공동으로 러시아와 미국의 공동 금성 정거장 '베네라(Venera)-D'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향후 수 십 년 동안 금성은 우주라는 무한한 미지의 세계에서 달과 화성에 이어 인류가 도전하는 또 하나의 탐사기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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