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최율리아나 기자] 포켓몬고 게임 등에 활용되고 있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은 눈앞에 보이는 현실세계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이는 기술이다. 5G 상용화로 데이터 처리속도가 향상되면서 국내에서도 AR 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지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사람은 AR로 표시되는 아바타를 대할 때도 사람을 상대하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게재됐다.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된 제러미 베일린슨 교수 연구팀 논문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된 제러미 베일린슨 교수 연구팀 논문

스탠퍼드 대학 VR 연구소장인 제러미 베일린슨(Jeremy Bailenson)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AR 고글을 착용한 피실험자가 가상공간에 표시된 아바타를 볼 때 행동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실험했다.

연구팀은 첫 번째 실험으로 크리스라는 이름의 아바타가 자기소개 한 후, 크리스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피실험자가 ‘애너그램(anagram)’을 풀도록 했다. 애너그램이란 단어나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문자의 순서를 바꾸어 다른 단어나 문자를 만드는 일종의 언어 놀이다.

(출처:Mark Miller and Stanford's Virtual Human Interaction Lab). 이하 사진 출처도 동일
출처:Mark Miller and Stanford's Virtual Human Interaction Lab(이하 사진 출처도 동일)

이 실험은 60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크리스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애너그램을 푼 경우 해결 속도는 빨라졌지만 정답률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설명에 의하면 이는 남이 보고 있다는 사실에 심리적 영향을 받아 작업의 질이나 양이 향상 또는 저하되는 ‘관객효과(audience effect)’를 의미한다. 즉 사람은 아바타의 시선도 의식한다는 것. 

다음 실험은 두개의 의자 중 하나에 앉는 것이다. AR 고글을 쓴 피실험자들은 하나의 의자에 이미 아바타가 앉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피실험자 27명 가운데 전원이 '아바타가 앉아 있지 않은 의자'를 선택했다. 이후 이어진 아바타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27명 가운데 21명이 아바타가 앉았던 의자를 피해 원래 비어 있었던 의자를 선택했다.

의자에 앉는 행동에도 변화가 있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이 의자에 앉을 때 몸을 180도 회전하도록 지시했는데 27명 중 25명이 아바타를 외면하지 않도록 회전했다. 사회적인 에티켓을 아바타 상대로도 그대로 지키고 있다는 의미다. 

마지막 실험에서는 AR 고글을 쓴 피실험자와 쓰지 않은 피실험자가 서로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 단 AR 고글을 장착한 피실험자는 상대 얼굴과 표정이 보이지 않는 AR 상황에서 대화를 진행했다.

1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에서 AR 고글을 쓴 사람은 대화 상대(얼굴이 보이지 않는)와의 사회적 관계가 적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역시 AR 표시가 인간의 감정과 감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베일린슨 교수는 “화상 회의는 눈빛 교환과 몸짓 등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불충분하지만, AR이라면 상대방의 존재를 의식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AR 연구가 진행되면 1시간 회의를 위해 지구를 반 바퀴를 도는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