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이어 세계 1위 드론 기업 DJI도 목줄 죈다
전문가 “양국 카드 다 꺼내면 결국 봉합 불가능한 출혈...”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미국의 중국 IT 기업 때리기가 본격화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를 비롯해 세계 1위 민간 드론 개발 기업인 DJI까지 고강도 압박에 나섰다.

화웨이에 이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표적이 된 DJI(DJI Technology Co., Ltd)는 지난 2006년 설립된 중국의 대표적인 무인 항공기 및 촬영 장비 제조 판매 기업이다.

이 기업은 전 세계 일반상업용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일반상업용 드론은 일반 동영상과 등산 등 취미활동 및 소량 물량 배달, 방송촬영 등 용도로 활용되면서 기록적인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일반상업용 드론의 표준기술이 대다수 DJI가 채택하거나 개발된 기술인 마큼 이 기업이 전 세계 민간시장에서의 파급력은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군사용 드론의 경우 현실적으로 미국이 독점하고 있지만 일반상업용 드론은 미국은 물론 독일과 일본 역시 DJI를 넘볼 수 없을 만큼 견고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놀라운 혁신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드론 시장 1위를 기록하며 70%대 점유율을 장악하고 있는 DJI가 트럼프와 화웨이 싸움에 때아닌 몸살을 앓게 됐다.

당초 화웨이 싸움에서 시작된 갈등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몸집을 키운 중국 국적의 IT 대기업을 상대로 창 끝을 겨누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의 목줄을 바짝 조이는 한편, DJI에 이어 세계 1위 CCTV 전문기업인 ‘하이크비전’까지 견제하고 나섰다. 말 그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거래 금지명령’에 이어 DJI와 하이크비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기술개발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화웨이 부사장 ‘멍완저우’ 체포 사건이 ‘미·중 무역전쟁’ 기폭제

지난해 12월 1일의 일이다. 미국 정부의 부탁으로 캐나다 정부가 화웨이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孟晩舟)’를 전격 체포했다.

캐나다 당국에 체포된 멍완저우는 화웨이 창업자겸 회장인 ‘런정페이(任正非)의 친딸로 그녀가 체포된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태로 분석되고 있다.

멍완저우 부사장의 체포를 지켜본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국의 요구로 캐나다 정부가 이란 제제 위반이라는 죄목을 앞세워 체포에 나선 가장 큰 원인은 한창 글로벌 브랜드로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는 화웨이를 앞세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도의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산업 마케팅 연구소 김선우 책임은 “미국에서 바라볼 때 화웨이는 개도국을 비롯해 경제성장률이 높은 주요 국가에 이르기까지 시장을 확장하면서 미국의 시장을 가장 위협적으로 견제했던 만큼 미·중 무역협상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선제적 공격”이라고 관측했다.

물론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과 인권침해 논란이 거세지면서 캐나다 정부는 조건부 석방을 수용했지만 멍완저우 부사장 체포에 따른 후폭풍은 사실상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중국, 희토류 카드 '만지작'…미국에 수출 금지할까?

멍완저우 부사장 체포에서 비롯된 미국과 중국의 날 선 무역전쟁, 합의점을 찾을 것 같았던 양국의 무역전쟁은 도로 원점으로 돌아오다 못해 더욱 갈등의 양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제 중국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양국의 공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을 상대로한 자존심 대결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그동안 깊이 감춰뒀던 핵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진핑 주석이 자국에서 생산되는 희토류를 직접 언급하며 반격에 나섰다.

화웨이 부사장 체포에 이어 관세인상 등 무역전쟁 선포에 나선 미국을 겨냥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꺼내든 첫 번째 카드는 바로 ’희토류‘다.

반도체는 물론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첨단기기에 들어가는 희토류는 흔히 접할 수 없는 아주 희귀한 흙(Rare earth) 원소 17가지를 의미한다.

7종류로는 원소기호 57번부터 71번까지의 란타넘(란탄)계 원소 15개와, 21번인 스칸듐(Sc), 그리고 39번인 이트륨(Y) 등 총 17개 원소가 있다.

해당 원소들은 비슷한 성질을 가졌고 광물 형태로는 희귀한 원소여서 희토류라고 묶어 이름 지어졌다.

농축되지 않은 원소 형태로는 지구 지각에 풍부하게 존재하며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고 건조함에도 잘 견디며 열을 잘 전도하는 특성이 있어 4차산업의 핵심 동력인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IT, 스마트폰 등에 필수적 원료로 활용된다.

반도체를 생산할 때 사용되는 희토류는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의 독점 광물인 셈이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이 희토류를 앞세워 미국에 맞서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10년 센카쿠열도 분쟁 당시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를 무기 삼아 일본을 제압한 바 있다.

이처럼 중국은 이번에는 미국을 상대로 희토류를 앞세워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전체 희토류 수입의 약 3분의 2 정도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측은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게 된다면 미국 반도체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미국에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트라(KOTRA)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희토류 생산력을 가진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꺼낼 카드는 솔직히 희토류 말고도 더 있다.”면서 “우선 미국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할 경우 당장 미국 반도체 시장은 마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희토류 뿐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 활동 중인 미국 기업에 대한 재제조치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수익률은 미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과 비교할 때 막대한 규모인 만큼 만일 중국이 보복 일환으로 미국 기업을상대로 제재를 할 경우 이 역시 미국의 타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978년 개혁개방 초기부터 현재까지 40년간에 걸쳐 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3800억 달러(한화 452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는 미국에 진출한 중국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20배를 웃도는 수치다.

이성진 해외무역 컨설팅 대표는 “중국에서 애플이 벌어들이는 매출액이 460억 달러(한화 54조 7100억원)에 달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애플에게 있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만큼 중국 내 미국 기업이 제재를 받으면 결국 양국의 출혈만 커질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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