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xhere.com)

[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특정 음식이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거나, 혹은 먹으면 암에 걸리기 쉽다는 등의 다양한 정보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같은 음식인데도 경우에 따라 암 예방에 좋기도 혹은 암의 원인이 된다는 정보에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브로콜리를 비롯한 십자화과(科)에 속하는 채소가 일부 암 세포 억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의 연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하버드의대(HMS:Harvard Medical School) 연구팀이 “브로콜리에 포함된 성분이 암을 예방하고 특정 종류의 암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피에르 파올로 판도리피(Pier Paolo Pandolfi) 의학 박사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의대 부속 스이스라엘디코니스메디컬센터(BIDMC)에서 암 센터와 암 연구소의 디렉터를 맡고 있다.

하버드의대 피에르 파올로 판도리피 박사
연구팀의 '피에르 파올로 판도리피' 박사

그는 "우리는 암 발생의 핵심 경로를 생성하는데 중요 역할을 하는 효소를 새롭게 발견했다. 이 효소는 십자화과 채소(브로콜리·양배추·적채·배추·케일·무우 등)에 들어있는 천연 성분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암은 '종양억제인자'라는 단백질이 불활성화 되거나 극히 낮다. 종양억제인자는 이름 그대로 활성화되면 암 발생을 방지하고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어떤 이유로 비활성화 되면 세포가 암이 생기기 쉬운 상태로 변한다.  실제로 발병하는 대부분의 암의 경우, 가장 중요한 종양억제인자인 PTEN 단백질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버드 의대 연구팀
(출처: 하버드 의대 연구팀)

이에 연구팀은 PTEN의 암 발생을 억제하는 기능을 부활시키기 위한 방안을 고심했다. 이 과정에서 ‘WWP1’이라는 다른 단백질을 발견했다. WWP1은 PTEN의 정상적 기능을 정지시키는 효소다.

이후 연구팀은 WWP1을 무력화하는 성분인 ‘인돌-3-카비놀(I3C)’ 화합물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I3C는 십자화과 채소에 들어있는 성분이다. 암에 걸리기 쉽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쥐에 I3C를 투여한 결과, WWP1의 기능을 막고 PTEN이 가진  암 억제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입증됐다. 

현재 I3C는 쥐 실험만 진행된 상태지만,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기능을 잃은 PTEN을 활성화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쥐 실험 결과가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같은 양의 I3C를 채우려면 약 2.7kg의 브로콜리를 매일 섭취해야 하며, 이는 소화 기관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출처:pexels.com)
(출처:pexels.com)

이에 연구팀은 브로콜리 효능을 구현할 몇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다. 가령 I3C와 같은 성분 구조를 연구실에서 합성하거나 WWP1을 무력화시키는 별도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연구팀의 판도리피 박사는 "유전공학기술 ‘크리스퍼(CRISPR)’ 혹은 I3C를 통해 WWP1를 유전학적 혹은 약리학적으로 비활성화한다면 PTEN 기능을 회복시켜 종양을 억제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종양억제인자를 재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