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exels.com)
(사진출처:pexels.com)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잠을 자다가 문득 눈을 떴을 때 분명히 의식은 깨어 있는데 몸은 움직여지지 않는 가위눌림(수면마비, sleep paralysis)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한 현상이기 때문에 가위눌림에 대한 궁금증은 더 크다.  

많은 문화권에서 오래전부터 알려진 현상인 가위눌림은 깨어있는 상태지만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뭔가 섬뜩한 존재를 보는 환각을 보거나 압박감 때문에 공포감을 느끼기 쉽다.  

유럽에서는 1664년 네덜란드의 한 의사가 가위눌림을 유럽 설화의 잠든 여성을 꿈속에서 덮친다는 'incubus(몽마 夢魔)' 혹은 'Night-Mare(악몽)'로 처음 소개했다.

2011년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7.6%에 달하는 사람이 평생에 한 번 이상은 가위 눌림을 경험하고 있다. 또 가위눌림은 학생 및 정신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 특히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와 공황장애 환자에게 많이 나타났다.

가위눌림은 기면증의 흔한 증상으로도 알려져 있다. 기면증 환자들은 낮에 강한 졸음과 수면 발작 등과 함께 깨어있는 동안에도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을 경험한다. 또 잠들고 깰 때 환청과 환각을 경험하거나 가위에도 자주 눌린다. 국내 기면증 유병률은 0.002~0.18%로 현재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지정돼 있다.

국내 한 이비인후과의 조사 결과 가위눌림 경험은 ▲극도로 피곤할 때(41.5%) ▲스트레스가 심할 때(34.0%), ▲수면 부족(31.1%) ▲공포영화와 같은 시각적인 강한 자극(16.0%) 순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꿈의 일종 혹은 귀신이나 심령현상의 하나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앞선 연구들에 따르면 가위눌림은 몸은 휴식상태지만 뇌가 각성 상태인 ‘렘(REM) 수면’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렘수면시 사람들은 꿈을 꾸는 한편, 꿈속에서처럼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근육이 마비 상태가 된다. 근육이 마비되지 않으면 현실과 꿈을 혼동한 뇌가 꿈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위눌림에 대한 기억은 일반적으로 몇 초~몇 분 정도지만 이 시간동안 사람들은 생생한 환각을 경험한다. 가령 '사람이 내 몸 위에 올라간 느낌이 든다',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렸다', '몸을 만지는 것을 느꼈다'는 식이다.  

(사진출처:pxhere.com)
(사진출처:pxhere.com)

가위눌림을 경험한 185명을 대상으로 한 해외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58%가 ‘무언가’가 같은 방에 있다고 느꼈다고 했으며 22%가 실제로 낯선 사람을 봤다고 답했다. 드물게 기분이 좋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보스턴 소재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 센터(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에서 수면 연구를 하고 있는 다니엘 데니스(Daniel Denis)는 "렘수면 중에는 공포 및 기억과 관련된 편도체가 활발해진다"고 설명한다.

그는 "뇌가 두려움 혹은 강한 감정을 기억하고 있지만 주변에 이를 설명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환각을 보는 것으로 이를 대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약물 사용 ▲유전적 요인 ▲트라우마 기억 ▲건강 악화 ▲수면의 질 저하 등 여러 요인이 가위 눌림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위 눌림에 대한 확실한 치료법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지만 의사들은 환자가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정해진 취침 시간을 지킬 것을 권장하고 있다. 가위눌림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의해 렘수면 억제 효과가 있는 항우울제를 처방받을 수도 있다. 

신형범 숨수면센터 원장은 "가위에 눌렸다면 본인의 수면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가위 눌림은 수면 부족의 징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가위눌림을 자주 경험한다면 오후 2시 이후에는 카페인 섭취를 자제하고 취침 3시간 전부터 알코올과 니코틴을 피해야 한다. 충분히 수면을 취한 이후에도 가위 눌림이 이어진다면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