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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음식과 음료 등의 취향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러한 차이가 왜 발생하는 것인지는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다만 쓴맛에 민감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일수록 커피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 등이 입맛과 유전자 관련 연구로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5월 2일 유전학 분야 SCI 학술지 ‘인간 분자 유전학(Human Molecular Genetics:HMG)'에 발표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쓴맛과 단맛을 원하는 것은 미각 유전자가 아닌 정신 상태에 작용하는 유전자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학술지 '인간 분자 유전학(HMG)'에 게재된 마릴린 코넬리스 박사 연구팀 논문
'인간 분자 유전학(HMG)'에 게재된 마릴린 코넬리스 박사 연구팀 논문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페인버그 의대의 마릴린 코넬리스(Marilyn C Cornelis) 박사 연구팀은 먼저 UK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33만 6000명을 대상으로 24시간 동안 섭취한 음료 종류와 양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커피·자몽주스·차·맥주·와인 등은 ‘쓴 음료’로 분류하고 설탕 및 인공감미료가 첨가된 것은 ‘단 음료’로 분류했다. 이후 대상자 유전자 데이터를 게놈와이드관련분석(GWAS)을 실시해 음료 맛과 유전자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쓴 음료 취향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 자리(locus)가 알코올 음료 4곳, 무알코올 음료 5곳, 커피 10곳이 발견됐다.

코넬리스 박사 연구팀을 놀라게 한 것은 이 유전자가 미각이 아닌 정신 상태에 관여하는 유전자라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사람은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쓴 음료를 마시는 것이지 그 ‘맛’을 좋아해 커피나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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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구팀은 탄산음료 취향과 유전자 관계에 있어, "FTO 유전자(fat mass and obesity-associated gene,지방과 비만 관련 유전자)에 특정 변이가 있는 사람이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자주 마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흥미롭게도 이번에 발견된 FTO 유전자 변이형은 비만 위험이 낮은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이는 “살이 잘 찌지 않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달콤한 음료를 좋아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코넬리스 박사는 "FTO 유전자는 아직 수수께끼가 많은 유전자로 비만과의 정확한 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다. 아마도 사람 행동에 관여해 체중 관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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