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거미, 날카로운 것, 높은 곳 등 특정한 물건·환경·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심리상태를 ‘공포증(恐怖症)’이라고 정의한다. 공포증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국제질병기준(ICD: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의 불안장애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마블 히어로 영화 '스파이더맨'과 ‘앤트맨’ 시청이 효과적이라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보고됐다.

실험 결과 영화 시청 후 거미 혹은 개미에 대한 공포심이 2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성과는 정신의학저널(Frontiers in Psychiatry) 23일자에 게재됐다.

정신의학저널(Frontiers in Psychiatry)에 게재된 논문
정신의학저널(Frontiers in Psychiatry)에 게재된 논문

특정 공포증을 완화하기 방법 가운데 환자를 공포 대상에 노출해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하는 '노출 요법'이 존재한다. 최근 가상현실(VR)로 독거미 영상을 30분간 시청하면 거미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바 있다.

이스라엘 아리엘대 사회복지학부의 메나헴 벤 에즈라(Menachem Ben-Ezra) 교수와 바르일란대 사회 과학연구과 야아코프 호프먼(Yaakov Hoffman) 박사는 “마블의 슈퍼 히어로 스파이더맨과 앤트맨에서 거미와 개미가 긍정적으로 표현되고 있음에도 그간 거미 공포증과 개미 공포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424명의 실험 참여자를 4개 그룹으로 나누어, 이 가운데 2개 그룹을 각각 거미와 개미 공포증의 실험대상군으로, 나머지 2개 그룹을 대조군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영화 '스파이더맨2'에서 거미가 등장하는 장면 7초, 영화 '앤트맨'에서 개미가 등장하는 장면 7초를 실험대상군에게 보여줬다.

그 결과 영화 시청 후 공포증이 스파이더맨과 앤트맨 모두 시청전과 비교해 2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곤충을 호의적으로 표현한 장면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곤충 공포증이 완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공포증 치료에 있어 슈퍼히어로 영화를 짧게 노출하는 방법은 확실히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마블 영화가 심리적 외상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영화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미치는 효과 검증이 다음 연구 과제"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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