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내 벤처기업…‘도전’ 보다 ‘생존’ 우선
위기의 국내 벤처기업…‘도전’ 보다 ‘생존’ 우선
  • 최율리아나 기자
  • 승인 2019.03.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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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여산’에 시달리는 IT벤처…창업 3년 이내 ‘폐업’

[데일리포스트=최율리아나 기자] “3년 차 인터넷 뱅킹 챗봇 프로그램 개발 벤처 업체입니다. 정부 산하 기관의 투자부터 벤처 자금까지 받고 싶은데 당장 상품성이 없으면 대출조차 어렵습니다. 현재 주택담보 대출로 간신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게 한국 IT벤처의 현실입니다.” (IT 비트 컴퍼니 김준성 대표)

지난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 이후 해태제과를 비롯한 굴지의 대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지만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는 2~5명 수준의 소규모로 구성된 혁신 기업들이 새로운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있었다.

강남 일대에 삼삼오오 운집한 이 작은 집단은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인터넷, 솔루션, 게임 프로그램 등 이른바 IT 관련 벤처 기업들이 집적하기 시작해 어느새 강남권에 자리잡은 IT기업과 금융기관, 대기업의 협업 기업으로 몸집을 키우고 나섰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한 이른바 ‘서울벤처밸리’의 출발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확산된 IT벤처 기업은 4000여 개로 이 가운데 56%에 해당하는 2200곳이 강남 테헤란로에 집중되면서 ‘테헤란밸리’로 불려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성장한 IT벤처 기업을이 산업클러스터로 자리 잡게 되면서 한국의 IT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또 글로벌 IT 기업간 경쟁을 통해 다양한 IT 기술이 집약되면서 위축됐던 경제의 선순환 효과를 보였고 명실상부 IT산업의 메카의 촉매제가 됐다.

2~5명의 소집단으로 구성된 IT벤처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위축된 한국경제에도 커다란 이정표를 남겼다. 무엇보다 경색된 자금의 회전이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1997년 이후 벤처붐이 불기 시작한 이래 매출 1000억원 규모의 벤처기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한국 벤처기업 협회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정체된 한국경제 시장에서 IT를 중심으로 벤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새로운 형태의 기술과 아이템으로 무장한 소규모 집단의 성장이 급속도로 확산됐다.”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엔씨소프트나 넥슨코리아, 이베이옥션 등이 그 대표적인 벤처산업의 신화”라고 설명했다.

벤처 신화는 이제 ‘옛말’…‘적자생존’ 현실 벤처

19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IMF)는 고속 성장하고 있던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폭제가 됐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해태제과 등 유명 대기업을 비롯해 크고 작은 기업들이 명맥을 지켜내지 못하고 주인이 바뀌거나 간판을 내려야만 했다.

간판이 내려지고 한국경제의 근간이 흔들린 그 자리에는 새로운 경제 집단이 자리를 채웠다. 위기의 글로벌시장을 상대로 혁신적인 IT 기술로 무장한 소수 정예 집단인 IT 벤처가 한국경제의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던 한국경제는 심각한 취업난과 실업난을 초래했지만 벤처붐이 일어나면서 취업난과 실업난에 시달렸던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됐다.

참신한 아이템과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섰고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상품을 통해 성공적인 벤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외환위기 이후 벤처붐이 시작하고 그 바람이 거세졌던 2000년대 중반까지는 그랬다.

강남 테헤란로의 건물 곳곳의 야경을 하얗게 지폈던 벤처 열풍은 하지만 2000년대 후반에 이르면서 그 명성도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원인은 우후죽순 늘어난 엄청난 규모의 벤처기업들의 경쟁력을 수용할 만한 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실제로 국내 벤처기업의 절반을 웃도는 63%가 창업 이후 채 3년도 버티지 못하고 ‘폐업’에 나서거나 ‘개점 후 휴업’ 상태가 늘어나고 있다.

소위 잘나가던 벤처기업들의 잇단 폐업 현상은 투자 주체인 외국기업들 입장에서 볼 때 국내 벤처시장이 매력을 상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서강대 송의영 교수는 “승승장구했던 벤처기업의 몰락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기술역량은 높은 반면 제조역량과 마케팅 역량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라며 “ 때문에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 주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 보니 개발과 연구, 인력 비용 등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좌초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대비 수익률 낮은 한국벤처에 등 돌린 해외 투자자

무엇보다 한국 벤처시장이 시들해진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매력이 과거 활황기와 비교할 때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 세계 ‘벤처시장 매력도’를 분석하고 발표한 스페인 나바다 경영대학원의 평가 보고서를 보면 한국 벤처기업 매력도는 미국 벤처기업 대비 80% 밑으로 하락했다.

2014년 인터넷 뱅킹 챗봇 프로그램 개발 벤처기업 IT 비트 컴퍼니 김준성 대표(사진)는 과거 IT벤처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2000년대 초반 테헤란밸리의 유망 벤처기업 개발 총괄을 담당했던 IT 개발 전문가다.

사진설명=인터넷 뱅킹 챗봇 프로그램 개발 벤처기업 IT 비트 컴퍼니 김준성 대표
사진설명=인터넷 뱅킹 챗봇 프로그램 개발 벤처기업 IT 비트 컴퍼니 김준성 대표

“가장 큰 문제는 경쟁력인데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기까지 막대한 자금이 요구되지만 국내 벤처투자는 물론 정부 지원금만으로는 인건비도 충당하기 어렵다.”면서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정부의 투자 조건과 당장 수익성을 요구하는 민간 벤처캐피탈의 악조건도 벤처기업의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미국의 경우 벤처기업의 상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대기업이나 벤처캐피탈이 지속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혁신적인 성과를 벤처기업들이 이뤄내고 있다.”며 “결국 국내 벤처기업 지속적인 투자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성공적인 벤처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 뿐 아니라 까다로운 조건과 터무니없는 투자금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도 지배적이다.

전기부문 개발 벤처기업인 A사 OOO대표는 벤처기업 창업 초기 3~4년을 말 그대로 ‘지옥’이라 표현했다.

이 회사 대표는 “정부자금을 지원받은 탓에 제품은 개발했지만 창업 6개월만에 투자금은 바닥났다.”며 “스마트폰 앱과 컨테츠만 환영받는 민간투자시장에서 아이템 상품은 외면받는게 현실이며 또 단기실적에 따라 투자가 쏠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 역시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차단해 그만큼 기업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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