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지구에서 각각 생활한 일란성쌍둥이 비교 연구
엄청난 생물학적 영향...지구 복귀 후 대부분 원상복귀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쌍둥이 연구로 인체가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에 대한 흥미롭고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다“-미국항공우주국(NASA)

11일(현지시간) NASA 공동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NASA, 쌍둥이 연구>를 발표했다. 

NASA의 우주비행사인 스콧 켈리는 2015년 3월부터 1년 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장기 체류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스콧의 일란성 쌍둥이 형제이자 역시 NASA 소속 우주비행사인 마크 E 켈리는 지구에 머무르게 해 각자의 몸의 변화를 조사한 장기 연구 프로젝트였다.

이 결과 장기간 우주에서 체류하면 생물학적 변화 등 상당한 영향이 있으며 노화 속도가 일시적으로 느려지는 것이 드러났다. 

◆ NASA 주도 대규모 실험...“우주 체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규명”   

우주의 무중력 공간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면 인간의 몸은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변화를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NASA가 주목한 것이 쌍둥이 우주 비행사 켈리 형제다.

ISS에서 340일을 보낸 스콧과 지구에서 생활한 마크의 몸의 변화를 조사해, 우주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하게 관찰하려고 한 것. 이를 위해 미국 전역에서 10개 이상의 연구팀이 모였으며, NASA 주도하에 대규모 의학 실험이 진행됐다.

지금까지 ISS에서 6개월 체류할 때 생기는 몸의 변화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된 바 있다. 이번 켈리 형제 연구는 화성 탐사 등 장기 미션에 큰 발판이 될 것이라고 NASA는 말한다.

기본적으로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의 유전자를 비교해 "환경이 어떻게 인체에 영향을 주는가?"를 알기 위한 좋은 시도였다는 것.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의 수잔 베일리(Susan Bailey)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는 우주 비행에 대한 인체의 반응에 대해 지금까지 얻은 가장 포괄적인 연구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조사로 밝혀진 무중력 공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 인포그래픽이 다음 이미지다. 이 가운데 의미 있는 몇 가지 변화를 소개한다.

출처: NASA
출처: NASA

① 텔로미어
DNA는 생물 유전정보의 계승·발현을 담당하는 고분자 생체 물질이다. 이 말단 부분에 노화의 원인으로 알려진 ‘텔로미어(telomere)’가 존재한다.

텔로미어는 DNA의 염색체의 손상이나 다른 염색체와의 결합을 방지하는 역할이 있다. 텔로미어의 길이는 나이를 먹을수록 짧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라이프 스타일·스트레스·환경에 따라 단축 속도가 달라진다.

NASA의 쌍둥이 연구를 통해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는 스콧이 우주에 있는 동안 ‘길어진’ 텔레미어가 지구로 귀환한 후 극적으로 변했다는 사실. 스트레스 등으로 노화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존 예측을 뒤집는 결과다.

콜로라도 주립대학교의 방사선 암 생물학자 수전 베일리는 “우주에 체류하는 동안 길어진 스콧의 텔로미어는 지구로 귀환한 후 바로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② 유전자 활동과 DNA 손상 
ISS에서 약 1년간 생활하기 전에 스콧의 유전자 샘플을 채취한 뒤 우주에 장기 체류함으로써 유전자 활동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조사했다.

우주 체류 기간 중에 유전자 활동 패턴에 특히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났으며 총 1400개의 유전자가 다른 패턴으로 활동, 이러한 변화는 우주 체류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가령 활성화된 일부 유전자는 손상된 DNA 복구를 지원하는 단백질을 부호화하거나,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것과 관련을 보였다. 연구진은 “방사능 노출에서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손상을 복구하고 지키기 위한 변화”라고 예상했다. 

유전적 변화는 대부분(약 91.3%)은 지구 귀환 후 정상 값으로 돌아왔지만 유전자 중 일부(8.7%)는 변형된 상태를 유지했다.

한편, 스콧의 유전자는 DNA 손상도 확인됐는데, 이는 우주에서 노출된 전리방사선(ionizing space radiation) 피폭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DNA 손상 자체는 CT 스캔과 같은 방사선 및 신경세포 활동으로도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우주 체류 시간과 비례해 손상 정도가 증가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③ 인지능력
인지능력은 우주 공간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는 우주 비행사가 장기 미션에서도 높은 수준의 인지능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지구로 복귀 후 6개월 뒤 인지능력을 재측정한 결과 속도 및 정확도에서 현저한 감소를 보였다.

NASA는 이와 관련해 지구 중력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한 바쁜 스케줄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뇌 손상 가능성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④ 마이크로바이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의미한다. 스콧의 마이크로바이옴은 우주 체류 전과 체류시가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의 환경 요인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지만, ISS에 있는 동안 섭취한 음식물(주로 동결건조 식품)에 의한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온 뒤 체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우주 체류 전 상태로 돌아왔다. NASA는 “스콧의 장내 세균이 정상치로 돌아온 것은 큰 안정감을 준다”고 밝혔다.

⑤ 생물학
스콧의 신체를 조사한 결과 우주에서 생활하는 동안 체중은 7% 감소했다. 이는 우주 임무 중 운동량 증가와 영양 관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주 체류 중 스콧의 칼로리 소비량은 연구자의 당초 예상보다는 약 30% 적었다.

소변 빈도가 증가하고 탈수 증세도 보였다. 또 체내의 뼈의 형성·파괴 사이클이 우주 체류시 처음 6개월간 빠른 속도로 일어났다.

다만 스콧의 운동량이 감소한 미션 후반의 6개월간은 뼈의 형성·파괴주기가 늦어졌다. 이 외에도 스콧의 혈액 및 소변 샘플의 화학적 성질에서 미션 전 대비 비타민 B-9가 증가했는데 이는 우주 식품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눈 뒤 부분의 혈액 공급 증가로 부어올랐고 망막 일부의 두께가 늘어 시력에도 영향을 받았다. 우주에서는 경동맥도 원래보다 두꺼워지는데, 이는 심혈관 질환 및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위험한 수준 아니지만 건강에 분명한 영향

이번 연구결과는 화성 탐사 등 장기 우주 체류의 위험 요소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으며 장기 우주 비행으로 인해 인체에 생긴 변화의 대부분은 지구로 귀환 후 곧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미항공우주국(NASA) '쌍둥이 비교 조사'에 참여한 일란성 쌍둥이 우주 비행사 스콧 켈리(오른쪽)와 마크 켈리(왼쪽)
미항공우주국(NASA) '쌍둥이 비교 조사'에 참여한 일란성 쌍둥이 우주 비행사 스콧 켈리(오른쪽)와 마크 켈리(왼쪽)

미국 스탠퍼드대 마이클 스나이더(Michael Snyder) 박사는 "우주 체류는 다수의 유전적 및 분자적 변화를 동반한다. 하지만 그 변화는 (지구 귀환 후) 6개월이면 대부분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콧 켈리의 유전자 변형과 인지 능력 저하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연구진은 “건강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심각한 뇌 손상 및 암 발생 위험 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크게 우려할 만 한 영구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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