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신다혜 기자]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사건지평선)’은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계면을 뜻한다. 주로 블랙홀과 우주간의 경계면을 지칭할 때 쓰인다.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등 200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 연구협력 프로젝트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EHT)’ 연구팀은 인류 최초로 블랙홀을 눈으로 확인하는데 성공했다고 지난 10일 공개했다.
이는 지난 2017년 4월 약 열흘에 걸쳐 처녀자리 거대은하 블랙홀 ‘M87’ 중심부를 관측한 뒤 약 2년에 걸친 데이터 분석 끝에 얻은 이미지다.
◆ 인류에게 모습 드러낸 블랙홀과 그림자, 모양의 원리는?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번에 관측된 것은 블랙홀이 아닌 블랙홀에 의해 빛이 가려지는 ‘블랙홀의 그림자(Shadow)’다.
M87 블랙홀의 사건지평선은 약 400억㎞이며 그림자의 크기는 이보다 2.5배 정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홀은 은하계가 밀집해 작은공간 안에 압축된 천체를 뜻한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빛조차 이 공간에 들어오면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하다.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 그림자 영상이 베이글 모양으로 보이는 까닭은 이 중력 때문이다.
우주에서 생성된 가스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기전에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원반 모양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블랙홀을 감싸는 빛이 형성되는데 중력 때문에 빛이 나오지 못하고 검게 나타나는 영역이 생긴다.
사진 중앙의 검고 둥그런 부분이 이 그림자고 블랙홀은 이 중심에 점원으로 존재한다. 이때 중력은 거리에 따라 약해지기 때문에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빛이 나올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블랙홀 뒷편에 있는 밝은 천체나 주변의 빛이 이 주위를 원형으로 휘감으면서 베이글 모양을 형성하는 것.
EHT 연구진은 여러 번의 관측 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이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EHT 과학이사회 위원장 하이노 팔크 교수는 ”만약 블랙홀이 밝게 빛나는 가스로 이루어진 원반 형태의 공간에 담겨 있다면 블랙홀이 그림자와 같은 어두운 부분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봤다“며 ”이번 현상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했지만 이전에는 직접적으로 보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EHT 프로젝트는 그린란드 망원경(GLT)과 프랑스 알프스의 국제전파펀문학연구소(IRAM NOEMA), 미국 애리조나주의 킷픽(Kitt Peak) 총 3개의 전파 망원경을 추가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다음 목표인 블랙홀 동영상 촬영을 위해 이미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테스트중에 있다”며 “블랙홀 중심에서 일어나는 고에너지, 극한 상황의 물리 현상을 이해할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