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수혈 공포로부터 인류를 구한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화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 1868~1943)다. 그는 혈액형 분류법을 찾아내 위험한 수혈을 안전한 현대의학으로 바꾼 인물이다.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는 혈액형. 하지만 20세기 초반까지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수혈은 사고가 많아 이른바 ‘운명에 맡기는’ 치료법이었다.

수혈방법이 확립되기까지 오랜 시간과 많은 우여곡절, 무수한 생명의 희생이 뒤따랐다. 또 그 뒤에는 우연한 발견, 혁신적 사고, 무모한 시도들이 존재했다.

동물의 피를 수혈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으며 1800년대 초반, 영국의 제임스 블런델이 최초로 사람의 피를 수혈하는데 성공했지만 성공률은 60% 수준에 불과해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수혈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는 사람들의 혈액형이 동일하지 않으며, 수혈할 때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원인이 사람마다 혈액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란트슈타이너는 서로 다른 사람의 혈액을 혼합하면 혈구가 몰려 엉기는 ‘응집 반응’에 주목했다.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과 제자들의 혈액을 붉은 혈구와 밝은 노란색 혈장으로 분리, 개인 혈구에 다른 사람의 혈장을 더했다. 이를 통해 적혈구가 응집하는 것과 응집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사실과 그 조합에 규칙성이 있음을 찾아냈다. 

그는 혈구 응집을 일으키는 조합에 따라 세 가지로 혈액을 분류해 1901년 마침내 우리가 알고 있는 ‘ABO식 혈액형‘을 발표했다. 이듬해 데카스텔로와 스털리가 새로운 혈액형인 AB형을 발견하면서 우리가 흔히 아는 ABO식 분류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1940년에는 란트슈타이너와 그의 제자인 알렉산더 위너가 수혈의 또 하나의 중요한 분류인 Rh 혈액형도 발견했다. 

란트슈타이너의 발견은 이른바 ‘수혈 혁명’이었다. 이후 사람의 정상 혈액은 혈액세포의 특정한 형태에 맞서는 응집소(항체)를 갖고 있어 수혈자와 공혈자가 다른 혈액형으로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키면 중증 사망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통해 혈액형 부적합에 의한 사망사고가 크게 감소했을 뿐 아니라 수혈의 안전성도 크게 향상됐다. 수혈의학이 혈액 적합형 현대의학으로 확립된 것이다. 그가 없었다면 수혈은 지금도 무작위로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확률 정도의 성공을 기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란트슈타이너는 네 가지 학문분야(혈청학·바이러스학·면역학·알레르기학)의 기본 지식을 밝혀냈다. 평생 346편에 달하는 논문을 발표했고, 혈액형 연구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이 사실은 면역계의 반응이라는 몇 가지 증거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정확하고 충분한 실험결과만이 결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자격이 있다고 믿은 그의 연구 성과는 후세에 오래도록 영향을 미쳤다. 그는 지금도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간의 생명을 구한 과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1930년 란트슈타이너는 혈청학 및 면역화학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생리 의학상을 수상했다. 참고로 헌혈자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하기 위해 ‘세계 헌혈자의 날’로 제정된 6월 14일은 란트슈타이너의 생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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