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진, “노인의 뇌, 전기 자극으로 20대 수준으로 기억력 강화”

[데일리포스트=최율리아나 기자] 나이가 들수록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노인의 뇌에 전기 자극을 주면 정보를 처리하는 워킹 메모리(작업기억)가 20대 수준으로 회복한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8일 과학잡지 '네이저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보스턴 대학 로버트 레인하트(Robert Reinhart) 교수와 존 응우옌(John A. Nguyen) 교수는 인지기능 저하의 주 요인인 워킹 메모리에 대한 접근 방식의 하나로, 전기 자극이 워킹 메모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측정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워킹 메모리란 정보의 통합·처리·삭제·재생과 관련된 단기 기억을 의미하며 노화와 함께 점차 저하된다.

뉴욕타임즈 등 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실험에 사용된 전기 자극은 전두엽과 측면 두피질 사이의 작용이 효율화되도록 각각의 실험 참가자에 맞춰 진행됐다. 또 경두개 교류 자극(tACS: transcranial alternative current stimulation) 장치가 부착된 특수 뇌파검사(EEG) 캡을  씌우고 매우 약한 전류를 흘려보냈다. 

실험은 60세~76세 노인 42명과 대조군인 20대 42명에게 사진을 연이어 보여주며 "두 번째 이미지는 처음 이미지와 동일한지, 다른 부분이 있는지"를 답하는 워킹메모리 능력 측정을 위한 기억력 테스트로 이뤄졌다.

전기 자극을 주기 전 테스트에서 노인은 80%의 정답률, 20대는 90%의 정답률을 보였다. 그 후 노인에게 25분간 전기 자극을 주고 20대는 ‘가짜’ 전기 자극을 25분간 실시했다. 전기 자극 이후 진행된 테스트에서는 노인과 20대 정답률 모두 90%를 기록해 전기 자극으로 기억력 테스트 결과가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억력 개선효과는 전기 자극을 가한 시점에서 실험이 진행된 50분 동안 지속됐으며, 최대 5시간 정도 이어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레인하트 교수는 "이번 연구가 노화와 동반되는 기억력 감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것"이라며 "알츠하이머 등의 노화 관련 인지 저하를 보이는 사람들의 뇌 기능을 강화하는 새로운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원리를 바탕으로 "워킹 메모리 능력을 약화시키는 실험도 실시했다. 20대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뇌파를 비동기화’시키는 전기 자극을 준 결과, 기억력 테스트 결과는 실제로 악화됐다. 

UC 샌디에고의 신경과학자인 브랜들리 보이텍(Bradley Voytek) 교수는 "이번 실험은 통제된 환경에서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억력 개선을 목적으로 개인이 간단히 시도할 수 있는 실험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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