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최율리아나 기자] 여름철 고민거리 중 하나는 ‘모기’의 존재다. 매년 여름이면 해충퇴치용 살충제·방충제 외에도 스틱형 모기 기피제와 모기팔찌, 모기가 싫어하는 소리를 내는 소프트웨어 등 여러 형태의 제품이 인기를 끈다. 

최근에는 '케미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 현상과 맞물려 전기·빛·바람 등으로 모기를 잡는 친환경 해충 전자제품도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빠른 비트의 신나는 음악이 모기에 물리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모기의 번식을 억제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말레이시아 사라왁 대학 생물다양성·환경보전연구소의 하마디 디엥(Hamady Dieng) 등 연구진은 댄스음악이 모기를 퇴치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액타 트로피카(Acta Tropica)에 게재됐다.

국제학술지 액타 트로피카(Acta Tropica)에 발표된 연구 논문
국제학술지 액타 트로피카(Acta Tropica)에 발표된 연구 논문

이번 실험은 황열(Yellow fever)과 뎅기열(Dengue fever) 등 감염병을 매개하는 ‘이집트 숲모기(학명:Aedes aegypti)’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12시간 단식한 암컷 모기를 10마리씩 A·B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을 수컷 모기와 햄스터가 있는 케이지에 넣었다. A그룹은 조용한 환경에 두고, B그룹은 음악을 틀어 흡혈 행동과 교미 모습을 10분 동안 관찰했다.

실험 결과 A그룹의 모기는 30초 정도 지나 햄스터의 피를 빨기 시작했다. 반면 음악을 들려준 B그룹은 평균 2~3분이 지나서야 피를 빨기 시작했으며 흡혈 횟수 및 혈액 양도 A그룹보다 현저히 적었다. 또 B그룹에 속한 모기의 교미 횟수는 A그룹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이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모기 등의 곤충에게 저주파는 생식행동에 대한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는데, 시끄러운 음악(노이즈)으로 혼란에 빠져 교미 및 흡혈 대상을 찾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수컷 모기는 교미를 할 때 암컷 날개 소리를 감지해야 하기 때문에 피를 빠는 암컷 모기뿐 아니라 수컷 모기에게도 음악은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개인적인 모기 퇴치 방법뿐 아니라 모기를 매개로 한 질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 수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실험에 사용된 음악은 댄스음악의 대중화를 이끈 미국 뮤지션 스크릴렉스(skrillex)가 2010년에 발표한 ‘스캐리 몬스터스 앤드 나이스 스프라잇츠(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라는 곡이다. 연구진은 이 곡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엄청난 음압과 공격적인 비트가 모기를 혼란시키는 노이즈로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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