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성장 동력에 빨간불이 켜진 애플이 최근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연이어 발표하며 하드웨어 사업 중심에서 콘텐츠 사업으로 중심축을 옮겨 위기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애플은 25일(현지시간) '잇츠 쇼 타임'(It 's show time)이란 타이틀의 이벤트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잡지·신문 구독 서비스, 게임 서비스, 신용카드 서비스 등을 대거 공개했다. 애플이 신규 아이폰 공개가 아닌 콘텐츠 서비스를 위해 대규모 이벤트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폰 교체주기 장기화, 아이폰 판매 감소, 중화권 매출 하락 등 성장 둔화가 이어지자 다양한 콘텐츠 사업에 손을 뻗고 있는 것. 전세계 9억대에 달하는 아이폰 사용자 기반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는 한편 매출 감소를 만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콘텐츠-아이폰 시너지 극대화 나선 애플...“제2의 넷플릭스를 꿈꾸다” 

애플은 넷플릭스와 같은 형태의 월정액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 ‘애플TV 플러스’를 공개하는 한편 기존 ‘애플TV앱’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와 타사 콘텐츠를 제공하게 된다.

올해에만 오리지널 콘텐츠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애플은 5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또 그간 자사 제품에만 서비스를 제공해온 애플TV 앱을 소니· 삼성전자·LG전자의 스마트TV와 아마존·로쿠(Roku) 등 영상 전송 장치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약 1억 4천만 명의 회원 수를 거느린 넷플릭스 등 기존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와 애플의 정면 승부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애플은 이날 아이폰 등 iOS 단말로 잡지와 신문을 구독하는 ‘애플뉴스 플러스’도 선보였다. 팀 쿡 애플 CEO는 "애플뉴스 플러스는 매달 50억건의 기사를 읽을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뉴스앱"이라고 소개했다. 그간 무료로 제공하던 애플뉴스 외에 300여 개 매거진을 한 번에 구독할 수 있는 9.99달러의 월정액 서비스로 ‘뉴스·매거진 유통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프리미엄 월정액 게임 플랫폼 ‘애플 아케이드’를 공개했다. 필 실러 애플 부사장은 "100개 이상의 새로운 게임 서비스를 아이패드, 맥, 애플 TV 등 우리의 모든 플랫폼에서 접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령 아이폰으로 즐기던 게임을 맥으로 이어 할 수도 있다. 게임 서비스는 올 하반기 150여 개국에서 제공될 예정이며 월정액 요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 콘텐츠, 애플의 차세대 캐시카우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애플이 넷플릭스 독주체제를 흔들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OTT 시장은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등이 이미 확고한 입지를 굳히고 있고 올해 월트디즈니와 미국 통신업체 AT&T 산하 워너미디어(구 타임워너)가 새롭게 진입한다. 여기에 미국 케이블 업체 컴캐스트 산하 미디어기업 NBC유니버설도 내년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미국 성인이 동영상 스트리밍을 시청하는 시간은 일평균 1시간 32분이다. 시청시간 증가율은 지난 몇 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어 OTT 서비스 업체들은 앞으로 제한된 시청 시간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전망이다.

또 이마케터는 게임 시장 역시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과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TIG 증권사의 브랜든 로스 애널리스트는 “서브스크립션(구독형) 방식이 모바일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게임 분야의 성공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콘텐츠 서비스로 사업의 축을 옮기고 있는 것은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사업의 매출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의 서비스 사업 매출은 이미 맥과 아이패드의 매출을 넘어서며 아이폰을 이을 주력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애플이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와의 정면 승부를 선언하고, 뉴스·잡지 정액제를 도입하고, 게임 시장에 진출한 일련의 움직임은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애플의 복잡한 속내와 맞물린 어쩔 수 없는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한 때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애플이 지금의 위기를 연이은 콘텐츠 강화 전략으로 극복해 낼 수 있을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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