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노스다코타주서 대량 멸종 순간을 담은 집단 화석 찾아내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무려 1억5000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한 공룡은 백악기를 끝으로 지구상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당시 공룡을 비롯해 존재한 동물과 식물의 대부분은 사라졌다고 알려진다.

학계에서는 기후변화가 멸종의 원인이라고 판단했지만 백악기를 마지막으로 일제히 사라진 공룡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이후 중생대 말기의 백악기와 신생대 초기 사이 지층에서 이리듐이 기대치 이상으로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리듐은 지구 표면에서 매우 희귀한 원소지만 소행성과 운석에는 많이 함유된 원소다. 이른바 공룡멸종의 ‘운석충돌 가설’이 대두한 것. 현재 학계에서는 6600만 년 전 거대한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이 공룡을 비롯해 많은 생명을 멸종시킨 직접적 원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구의 많은 생명이 끝을 맞이한 순간'을 알 수 있는 놀라운 화석이 발견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한 이후 지구 생명체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알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州) 자연사 박물관 큐레이터이자 고생물학자인 로버트 드팔마(Robert DePalma) 연구팀은 6년에 걸친 발굴을 통해 미국 노스다코타 주(州)에서 소행성이 낙하할 때 발생한 쓰나미와 토석류에 의해 생매장된 많은 동물을 확인할 수 있는 ‘화석 묘지’를 발견했다.

공개된 화석은 물고기·포유류·곤충·모사사우루스(mosasaur) 등 지구상의 많은 생명체가 소행성 충돌로 죽어간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로버트 드팔마 연구팀)
(사진=로버트 드팔마 연구팀)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66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 북부 칙술럽(Chicxulub)에 지름 12킬로미터의 소행성이 낙하했을 때 그 충격으로 거대한 해일과 지진, 화염이 지구를 뒤엎었다. 지구 전역에 떨어진 텍타이트(Tektite)는 하늘에서 쏟아져 지구 곳곳에 불을 붙였다.

유리질 돌을 뜻하는 텍타이트는 엄청난 온도와 압력에 의해 생성되는 운석 충돌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당시 멕시코에 떨어진 소행성의 파편과 거대한 쓰나미가 미국 노스다코타 지역을 덮치면서 대규모 고생물 집단 묘지가 생겨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행성 충돌 당시 미국 노스다코타주에 쏟아진 텍타이트(사진=로버트 드팔마 연구팀)
소행성 충돌 당시 미국 노스다코타주에 쏟아진 텍타이트(사진=로버트 드팔마 연구팀)

화석은 물고기와 함께 불탄 나무줄기, 침엽수 잎, 포유동물 사체, 모사사우루스류 동물 뼈, 곤충, 와편모충류(dinoflagellates), 암모나이트 등이 섞여 있다.

아래 사진이 발견된 화석의 일부다. 당시 소행성 충돌로 날아 올라간 화염 덩어리들은 대기권 밖으로까지 치솟았다가 지구 전역에 떨어진다. 지구에 떨어진 불덩어리에 의해 불탄 물고기들이 쌓여 그대로 화석이 된 것이다.

소행성 충돌로 발생한 쓰나미로 내륙에서 화석이 된 바닷물고기 (사진=로버트 드팔마 연구팀)
소행성 충돌로 발생한 쓰나미로 내륙에서 화석이 된 바닷물고기 (사진=로버트 드팔마 연구팀)

드팔마는 노스다코타주의 보먼(Bowman) 지역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헬 크리크 층에서 2013년 여름 처음으로 화석을 발견한 이후 지금까지 연구를 이어왔다. 드팔마가 헬 크리크 층에서 화석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공개됐다.

드팔마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버클리)의 지질학자 2명과 함께 이번 화석 발견에 대해 정리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할 예정이다.

66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소행성과 혜성은 해저에 거대한  분화구를 만들었다. 소행성 충돌 시 발생한 이물질들은 대기중으로 빠르게 방출돼 지구를 뒤덮어 캄캄한 암흑천지가 왔고 지구 전체에 혹독한 겨울이 닥쳤다.

바로 이어진 뜨거운 여름과 강한 산성비와 같은 급격한 기후 변화 속에 지구 생명의 75%가 사라진 대량 멸종이 일어난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한편 연구진은 소행성이 떨어진 지점에서 3000km나 떨어진 노스다코타 보먼의 헬 크리크 누적층에서 발견된 화석에서도 지구에서는 희귀한 원소 이리듐이 풍부하게 들어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당시 지구와 소행성 충돌이 지구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리듐은 소행성과 혜성 등에서 점토층에 많이 포함된 금속으로 백악기와 신생대 팔레오기(K-Pg) 경계 판별에 이용되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