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신다혜 기자] “음악은 감성을 건드리는 부분이긴 하지만 감정표현 자체가 이론적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AI가 이를 데이터화, 학습해서 창작한 작품들도 얼마든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죠” (피아니스트 이지원)

IT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공지능(AI)이 음악과 같은 예술계에도 영향력을 넓힌지 오래다. 

실제로 AI는 클래식 음악 작곡, 연주를 선보인 바 있다. 2012년 7월, 런던 교향악단(London Symphony Orchestra)이 협주한 ‘심연 속으로(Transits-Into an Abyss)’는 ‘아야무스(Iamus)’라는 AI 작곡 프로그램이 만든 곡이었다.

이외에도 에밀리 하웰이 작곡한 ‘모차르트 풍의 교향곡’은 국내에서도 연주를 선보여 음악계의 관심을 모았다.

피아니스트이자 ‘인공지능과 음악’의 저자인 이지원 작가는 AI와 음악의 결합을 일찍이 제시한 음악가다. 

미국 인터라켄 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이스트만 음악대학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8년 아티스트 인터내셔널 콩쿠르에서는 특별상을 받아 뉴욕 카네기 홀에서 초청 데뷔 연주를 하기도. ‘뉴욕 콘서트 리뷰’ 매거진에서 서정적인 자질과 다양한 색상, 파워풀한 베이스연주로 호평받은 그가 돌연 AI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2014년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AI와 관련된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당시 AI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왠지 흥미로울 것 같았습니다. 박사과정을 마무리 하면서 제가 받은 것들을 주위에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던 때였어요. 마침 좋은기회다 싶어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그렇게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에이아이브레인 소속인 영리더십 미래재단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하며 AI를 접했다.

마침 국내외에서 AI 열풍이 불어닥치던 시기였다. 이 작가는 2017년 초까지 약 2년간 인공지능과 음악산업의 결합을 연구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발견했다. 

2년간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하고 해당 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2017년부터 국내와 미국의 다수 공대 및 음대, 심포지엄, 대기업 등에 초청받아 '인공지능과 음악'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관련 사업 계획도 준비했지만 아직 기술의 발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음악’을 집필했다. 

“현재 제가 구상한것들을 사업으로 발전시키려면 교육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많은 대학에서 순수예술 학과를 발전시키고자 ICT 융합과들을 설립해 미래시대 핵심 전공 브랜딩을 위해 대비하고 있는 추세 입니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커리큘럼과 비전 구성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집필하게 됐습니다.”

◆ 침체하는 클래식 음악산업, “AI를 통해 클래식의 대중화 선도할 것”

이 작가는 AI 뮤직어드바이저 ‘AIMA (Artificial Intelligence Music Advisor)’를 통해 작곡과 더불어 음악 레슨, 연주 준비 도움 등 AI의 역할을 더욱 폭 넓게 제안했다. 

그는 과거 클래식 음악 소비층이 부유층에서 대중으로 확산된 것처럼 클래식 음악을 생산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취지에 AIMA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람은 한명이 가르칠 수 있는 학생 수가 제한되어있지만 A.I솔루션은 많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만 갖춘다면 더 많은 수업방식을 적용해 소비자에게 더 다채로운 교육을 할 수 있겠죠”.

기존 악기 기업들도 다양한 기능을 적용, 기술적 진화에 부응하는 모양새다. 대표 악기 회사들은 연주 입력을 하면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깊이 및 페달을 분석하는 기능을 넣기도 했다.

대표적인 악기회사들은 연주를 입력하면 악기별 요소를 분석하는 기능을 넣기도 했다. 예를 들어 피아노 제조사 스타인웨이는 음부터 리듬, 연주 뉘앙스 등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자동연주 피아노 ‘스피리오’를 선보였다.

스피리오는 페달 동작, 건반을 누르는 압력 등을 측정해준다. 이러한 악기 기능들과 데이터는 향후 음악 AI를 구성하는 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작가와 책에서 말하는 비전은 아직 실현하기엔 시기상조다. 고사양의 악기 외에도 실제로 작곡을 도와주거나 ‘AI 피아노 코치’ 등 음악을 가르쳐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긴 하지만 실제 연주에 적용하기에는 제약이 있다.

사용하기 어렵게 구현되어있을뿐만 아니라 시제품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또한 각각 소비자들의 신체적 특성, 연주 성향 등을 이해해야하기 때문에 더 복잡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기술적 제약도 그렇지만 저작권, 판권 등의 문제도 있다. “악보 데이터 같은 경우도 어떤 나라의 경우 비영리 목적으로 한다면 비용이 무료입니다. 그러나 사업 목적으로 한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하죠. 이런 단계에서 각 나라마다 규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음악산업 내 세분화 된 분야에서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각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플랫폼도 나올 수 있을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현재 침체된 클래식 산업이 활황으로 가는 방법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서 대중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며 “두뇌발달, 심리치료 등 클래식이 가진 이점들이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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