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민아 기자] 인류의 편의성을 위해 개발된 플라스틱, 이제 일상생활의 모든 곳곳에서 플라스틱은 인류와 함께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 편리한 플라스틱은 인간에게 있어 단순히 일회성 사물에 지나지 않고 있다.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밟히고 묻혔으며 심지어 바다 곳곳을 떠다니며 인간에 의해 버려진 플라스틱은 이제 해양 생태계는 물론 토양 오염의 주범으로 유턴하면서 자신을 버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1960년대 소비재 재료 처음 쓰이기 시작한 이래 우리의 생활 속 곳곳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나갔다.

이는 가볍고 썩지 않는 특성을 장점으로 우리의 삶과 양식을 더욱 간편하게 바꿔 놓았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속으로 깊게 스며든 플라스틱, 그러나 이 특성이 자연 생태계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형태는 조각, 파편, 알갱이, 섬유 등 다양하다. 생산할 때부터 작게 만들어지는 '1차 미세 플라스틱'과 사용되면서 인위적, 자연적으로 마모되어 크기가 5mm 이하가 된 '2차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 결국 사람으로 이어져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의 심각성은 더이상 자연 생태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결국 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매년 발생되는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로, 강으로 흘러들어가 독성물질과 결합한다. 매년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80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상생활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의 위협성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일회용품부터 시작해 치약, 샴푸 등 세안제 속에 들어있는 입자들까지.

우리는 미세플라스틱의 위협 속에 무방비하게 노출된지 오래다. 이는 다시 바다로 들어간다.

버려진 어구, 비닐봉지, 병뚜껑, 주방 용품, 담배 필터, 음식 포장재, 빨대, 화학 섬유들. 이는 플랑크톤과 물고기, 그 외의 먹이사슬을 타고 되돌아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 

플라스틱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생분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생산된 거의 모든 플라스틱이 분해되지 않고 땅 밑에, 그리고 바닷속에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지에 묻는다고 해도 제대로 된 폐기 처리 시설을 갖추고 있지않아 해양으로 유입되기도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약 51조 개의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해수면을 떠다니고 있다.

지난해 2017년 11월 환경부는 서울 영등포와 인천 수산, 경기도 용인 수지 등 국내 정수장 3곳의 수돗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했다.

이 결과, 정수한 수돗물에서는 L당 0.2~0.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또, 시중에 유통되는 먹는샘물 6개 제품 중 1개 제품에서 L당 0.2개가 검출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굴·바지락·가리비·담치 등 4종의 섭취량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인의 연간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은 212개라고 추산했다. 다른 해산물이나 소금, 수돗물을 통한 섭취는 제외한 수치다. 

◆ 미세플라스틱, 바다를 넘어 토양까지 물들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의 영향력이 해양생태계를 넘어 토양에 끼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중이다. 

건국대학교 보건환경과학연구팀은 토양 내 미세플라스틱에 의해 흙 속 생물의 움직임이 방해받고 생물 행동에 교란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안윤주 교수가 통솔하는 이 연구팀은 물 속 뿐만 아니라 토양 속 미세플라스틱도 생물의 행동학적 교란을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특히 흙 속에서 곰팡이 등을 분해하는 이로운 벌레인 ‘톡토기(springtail)’의 움직임이 크게 영향을 받았다.

톡토기는 흙 속에서 호흡하고 원활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인 ‘생물공극’을 만들어 행동한다.

톡토기가 만들어낸 생물공극 내로 미세플라스틱이 유입돼 채워지면서, 톡토기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방해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 29-676µm 크기의 폴리스틸렌과 폴리에틸렌 류 미세플라스틱이 1000mg kg-1 농도로 오염된 토양에서는 약 23-35% 정도 움직임이 저해되는 것이 관찰됐다.

이보다 더 작은 크기인 0.5µm 폴리스틸렌의 경우는 8mg kg-1 농도에서도 약 33%의 저해율을 보였다.

안 교수는 “이번 연구는 토양 내 분포돼 있는 미세플라스틱이 생물종에 직접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규명한 것”이라며“현재 토양 생물종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영향 연구가 제한적인 수준이므로 이번 결과는 토양 내 미세플라스틱 관리를 위한 토대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지난 2017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유리물벼룩이 미세플라스틱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당시 유리물벼룩을 물 1L당 5㎎ 농도의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한 결과, 소화기관과 생식기관, 알주머니에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침투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알의 83%는 부화하지 못하고 사멸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및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환경 분야 저명한 국제학술지(Environment International)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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