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신다혜 기자] 영화 아마겟돈은 미국 우주항공국(NASA)이 엄청난 크기의 행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주인공들은 행성에 구멍을 뚫어 핵탄두를 설치해 행성을 쪼개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이는 영화 속 뿐만 아니라 실제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소행성 탐사는 지구 충돌 위협을 예방하고 자원 활용을 예측하는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나사(NASA) 행성과학부 책임자인 로리 글레이즈는 소행성은 태양계의 기원에 대해 우리가 가진 질문에 답해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국내 천문연구진들도 탐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은 해당 탐사선의 표적이 될 소행성인 파에톤(Phaethon)에 대한 비밀을 풀었다고 공개했다.

파에톤은 198310월 영국 천문학자 사이먼 그린(Simon F. Green)과 존 데이비스(John K. Davies)가 적외선천문위성 아이라스의 관측 영상을 보다가 발견한 소행성이다. 이는 인공위성으로 찾은 첫 소행성으로 기록된 사례다.

출처=한국천문연구원
소행성 파에톤의 3D 형상 모형 .출처=한국천문연구원

파에톤은 태양계 형성 초기에 만들어져 당시에는 물과 휘발성 물질이 다량 포함됐다가 그 이후 증발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파에톤을 혜성에 기원을 둔 B(B-type) 소행성으로 분류한다.

천문연은 201712월 중순경, 파에톤이 40년 만에 지구에 가장 근접한 시기에 산하 관측시설을 통해 파에톤을 관측했다. 이를 분석해 파에톤의 표면이 화학적으로 균질하다는 것과 3.604시간에 한 번 시계 방향으로 자전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이를 재구성한 3D 형상모형을 공개했다.

해당 모형에 따르면 파에톤은 다이아몬드에 가까운 모양을 띤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하야부사2호가 탐사 중인 소행성 류구,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호가 탐사 중인 소행성 베누(Bennu)와 비슷한 모양새다.

소행성은 자체적으로 빛을 뿜지 않고 햇빛을 반사한다. 이 과정에서 소행성이 공전, 자전할 때 발생한 광량 자료는 소행성의 자전주기아 방향, 3차원 형상을 재구성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를 광도곡선 역산법(lightcurve inversion method)이라 한다. 한국천문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파에톤 밝기 변화의 주기를 연구, 3.604시간이라는 자전주기를 밝혀냈다.

또한 파에톤이 자전하는 동안 스펙트럼의 변화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태양열에 의한 열변성이 표면 전체에 고르게 일어난다는 연구로 표면이 화학적으로 균질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파에톤의 3D 형상과 자전 모습. 피에톤은 적도 지역이 융기된 다이아몬드에 가까운 모양(top-shape)을 띤다. 또한 3.604시간에 한 번 시계 방향으로 자전한다. 출처=한국천문연구원
파에톤의 3D 형상과 자전 모습. 피출처=한국천문연구원

해당 연구팀은 파에톤이 지구에 접근했던 20171111일부터 1217일까지 천문연 산하 보현산천문대 1.8m, 소백산천문대 0.6m, 레몬산천문대 1m,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네트워크(OWL-Net, Optical Wide-field patroL Network) 0.5m, 충북대학교천문대의 0.6m 망원경 등 다양한 연구시설을 동원해 관측 자료를 얻었다. 이번 성과는 해당 관측 자료를 기초로 분석한 연구결과다.

2022년 발사 예정인 데스티니 플러스 탐사선의 과학연구를 맡은 일본 치바공과대학(Chiba Institute of Technology), 행성탐사연구소(PERC, Planetary Exploration and Research Center)와의 협력연구 일환으로 한국천문연구원이 지상관측 연구를 주도했다.

소행성 연구를 주도하는 문홍규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파에톤의 특성은 향후 데스티니 플러스 근접탐사의 핵심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 제시된 한국의 미래 소행성 탐사임무를 기획, 설계하는 데 이러한 연구 경험과 협력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나갈 계획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