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최율리아나 기자] 히로시마 원자폭탄 10배 이상의 위력을 가진 운석이 지구에 떨어졌다.

영화 '아마겟돈'과 같은 공포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지난해 12월 실제로 상당한 위력을 가진 운석이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지구에 떨어져 폭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운석은 2018년 12월 18일 태평양 최북단에 위치한 베링해 상공에 진입했다. 일본 인공위성 ‘히마와리’가 찍은 이미지를 영국 옥스포드 대학 기상학자인 사이먼 프라우드(Simon Proud)가 트위터 상에 공개하며 운석의 존재가 드러났다. 

그의 다른 트윗을 보면 운석과 그 궤적이 담긴 사진을 볼 수 있다. 빨간색 박스 안을 보면 오렌지 빛을 발하며 지구에 진입하는 운석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고도 3만 6000km 상공에 위치한 기상위성에서 보면 작은 ‘점’처럼 보이지만 이 운석이 상공에서 폭발할 때 방출하는 에너지는 TNT 화약 약 173kt(킬로톤)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TNT 화약은 물속에서 1kg만 폭발해도 수 십 미터 이상의 물기둥이 솟구칠 정도로 위력이 상당하다.

173kt이라는 규모는 일본 히로시마를 강타한 원자폭탄의 10배 이상의 위력을 가진다. 폭발 규모로는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Chelyabinsk) 주(州)에 추락해 막대한 피해를 입힌 운석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지난 30년간 관측된 운석 가운데 두 번째 크기다.

첼랴빈스크 운석은 도시에 가까운 지역에서 폭발해 마치 비처럼 운석이 쏟아지는 운석우(隕石雨) 현상으로 수백 명이 다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번 운석은 다행히 베링해 상공에서 폭발해 그다지 화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NASA에 따르면 베링해로 떨어진 운석이 일으킨 폭발은 1세기에 2~3회 정도 발생하는 큰 규모다.

운석은 수 미터 폭의 크기로, 시속 7만 2000마일(11만6000km)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 상공 16 마일(26km) 고도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방출한 에너지는 첼랴빈스크 운석이 방출한 에너지의 약 40%에 해당한다고 NASA는 밝혔다.

이번 운석의 폭발 규모가 알려지자, 연구자들은 목격 증언을 위해 세계 각국 항공사에 연락했지만 별다른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관측에 성공한 것은 캐나다 웨스턴 대학의 피터 브라운이 이끄는 초저주파 관측팀이 유일한데, 이 역시 비밀리에 이루어진 핵실험 감지 센서망에 의해 우연히 관측된 것이다.

운석 폭발이 상당히 위협적인 규모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운석 진입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인류의 위협이 될 수 있는 운석이 어떤 경고도 없이 지구와 충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NASA는 2020년까지 지구 근처에 있는 크기 140m 이상의 소행성 90%를 특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계획이 완료될 때까지 앞으로 30년 이상 걸린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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