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 논란 잠재우기 나선 페이스북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2004년 등장 이후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선두주자로 세계 23억명의 이용자를 자랑하는 페이스북이 새로운 사업 비전을 선언했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데이터 유출 논란으로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페이스북은 최근 미국 내 젊은 층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당장의 수익과 활성사용자(Active User) 기반은 안정적이지만 이미 시작된 균열은 충분히 우려할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위기감을 느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는 개방된 플랫폼보다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시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는 이를 실현하고 싶다"고 역설했다.

페이스북 이용자, 젊은층 이탈 가속화

페이스북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캠프의 캠페인을 담당한 정보분석회사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페이스북 사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이 발각되며 사상초유의 개인정보유출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으로 저커버그 CEO가 미 연방 상하원 청문회에 여러 번 불려 나가 곤욕을 치렀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끊임없는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미국 활성사용자가 2년전 대비 1500만명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조사업체 에디슨리서치(Edison Research)가 6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7년 조사에서는 12세 이상 미국인의 67%가 페이스북을 이용했지만 2018년에는 62%로 5% 감소했고 2019년에는 61%를 기록하며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내에서 이탈한 1500만명은 페이스북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고 에디슨리서치의 래리 로신(Larry Rosin) 사장은 언급했다.

특히 12세~34세 연령 그룹에서 페이스북 이탈 현상은 현저하게 나타난다. 2017년 이 연령대의 페이스북 이용자는 79%에 달했지만 2019년 62%로 급감했다.

◆ '그럼에도' 월가의 기대치를 훌쩍 넘는 실적

한편 페이스북은 지난 1월말 2018년 4분기(10~12월) 실적발표에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한 69억 달러(약 7조7천억 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 기간 매출 역시 30% 증가한 169억 달러(약 18조9천억 원)를 기록했다. 특히 월간 사용자 수(MAU)도 23억2천만 명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다.

에디슨리서치는 “이번 조사는 어디까지나 미국에 한정된 조사다. 페이스북 이용자가 젊은 층에서 감소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가장 막강한 글로벌 SNS 플랫폼이자 미국인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SNS”이라고 언급했다.

페이스북을 떠난 미국 젊은층은 사진공유앱 ‘인스타그램’과 대화앱 ‘스냅챗’으로 옮아가는 양상을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모두 페이스북 자회사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2년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2014년 160억 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왓츠앱을 인수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이 지난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스캔들을 비롯한 사용자 정보 관련 악재가 연이어 터졌지만 결과적으로 회사의 글로벌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개인정보 논란 딛고 혁신 내세운 페이스북

이런 가운데 마크 저커버그 CEO는 메신저 앱 통합과 더불어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6일 페이스북을 그간의 개방형 플랫폼에서 개인·소규모 소통에 중점을 플랫폼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은 이와 함께 자사 메신저 애플리케이션과 산하의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메신저 기능을 통합할 계획이다.

메신저는 각각의 앱으로 유지하는 한편 별도의 정보기반을 통합한 이후 암호화 메시지를 전송하는 기능을 탑재해 이용자 개인정보 보안 수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대회 기록도 일정 기간 이후 삭제하는 기능도 도입하기로 했다.

그는 최근 이용자들은 다수를 대상으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기보다는 메시징앱 왓츠앱 등을 통한 개인 소규모 소통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메신저 통합은 아직 초기 단계로 연말 혹은 2020년 초에 완료될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엔드 투 엔드(end-to-end)’ 암호화 기술 탑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는 CEO는 암호화 메시징앱으로의 전환을 통해 신규 수익창출 기회를 노리고 있다. 특히 결제·전자상거래 부문에서 보안성이 담보된 새로운 비즈니스 공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이번 시도는 페이스북이 개방형 SNS를 지향한 자사의 전략이 사생활 보호 문제에 취약하다는 점을 자인하고, 불리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과감하게 선택한 일종의 체질개선이라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이 데이터 유출에 따른 신뢰도 하락과 ‘오래된’ SNS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앞으로도 최대 SNS의 위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새로운 도전에 이목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