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신다혜 기자] 이달 5세대(5G) 상용화를 앞두고 업계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5G 통신 요금제다. 이를 두고 이동통신사와 정부, 시민단체 및 여론의 팽팽한 각축전이 치열하다.


현재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통신비 비중은 5% 안팎이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이동통신 3사의 연도별 영업이익은 2018년 기준 3조 3199억 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휴대폰 가입자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2015년 10월 4GB를 기점으로 2018년 12월 8GB를 기록, 3년 만에 2배를 넘어섰다. 사용량 증가에 따라 지출 통신비도 늘어났다.

2013년 15만 2000원이었던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는 정부의 다양한 통신비 감면 정책에도 불구하고 2017년 16만 7000원으로 증가했다. 3~4인 가구에서 통신비로 매달 지출되는 금액만 20~30만원에 달한다.

SKT 5G통신 요금제 7만원 고집, 정부 인가 반려

국내 통신 3사는 이번 3월 5G 요금제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출발선은 끊은 곳은 에스케이텔레콤(SKT)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유·무선 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는 요금제와 이용약관 출시에 앞서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SK텔레콤은 무선 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다. 때문에 5G 요금제를 출시하기에 앞서 정부의 인가심사 대상이다.

SKT는 지난 2월 말 5G 요금제 인가안을 정부에 신청했지만 과기부는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자문위)에서 반려를 결정했다. 이동통신 요금제 심사 인가 반려사례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문위는 SK텔레콤이 신청한 5G 요금제가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된 점을 고려,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커 보완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현 정부는 올 초까지 데이터요금을 18% 인하하고, 2022년에는 데이터 1G당 2000원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SKT는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반해 중저가 요금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KT가 인가 신청한 5G 요금제는 7만원대 이상 고가 구간 중심으로 설계됐다.

현재 LTE 요금제는 SKT기준 최저 3만 3000원(스몰)부터 10만원(인피니티)까지다. LTE스몰 요금제를 이용하던 소비자가 5G요금제로 바꿀 경우 최소 두배 이상의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통사의 전략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를 합치면 전체 국민 수보다도 많기 때문에 가입자 유치보다 기존 가입자당 매출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 스마트폰 가격 인상에 따라 요금제 인상 명분 생겨, 저가요금제 무력행위

이를 둘러싸고 참여연대를 비롯한 여론의 반향이 뜨겁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통신사들이 5G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들어간 비용을 말하지만 기존 축적된 초과영업이익과 가계통신비 부담 문제를 고려하면 요금을 인상하려는 시도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인당 데이터 이용량은 4배 이상 늘어났다”며 “가구당 통신요금은 14만 5000원에서 12만 5000원으로 하락했다.”고 해명했다.

이통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000억원 이상 급감했다는게 통신업계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국내 가계통신비지출은 OECD 가입국가 25개국 내에서 국내통신업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1위임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5G 서비스 인프라 구축부터 발생해온 투자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신업계의 주장에 대해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통신 인프라 관계자는 “5G는 LTE와 달리 B2B(기업간 거래), B2G(기업·정부간 거래)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한 매출은 단기간에 기대하기 어려워 일반 사용자들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1~2년 새 스마트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통사들도 요금 인상의 명분이 생긴 것”이라고 일갈하며 향후 10년간 5G 트래픽 증가에 따른 통신사의 휴대폰 기반 매출 증가분은 5조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이통사가 앞서 언급한 ‘이통3사의 영업이익 하락’도 5G 요금제 출시에 따른 전략으로 풀이된다.

KT를 비롯한 통신 3사는 지난해 새로운 LTE 요금제를 출시하며 데이터요금 인하에 나섰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와 정부의 데이터 요금인하 요구에 순응하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례로 KT는 월 100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6만9000원에 선보였다. 일부 초고가 요금제 가입자의 평균 매출액의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5만5000~6만6000원 요금제 가입자에게는 더 비싼 상품으로의 가입 유도가 가능했다. 초고가 가입자 대신 고가 가입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매출 증가를 노린 것이다.

통신사들의 이러한 전략은 5G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도입 초기에는 LTE와의 품질 격차가 크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품질 격차가 벌어지고, LTE 프리미엄 가입자들이 대거 5G로 넘어갈 것이란 예상이다.

참여연대는 ‘에스케이텔레콤은 고가 중심의 5G 이동통신 요금제 방침을 폐기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가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6일 공개했다.

논평에는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빌미로 이동통신 요금을 인상하려는 것”이라며 “저가요금제를 무력화시키는 이용자 차별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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