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대중화에 따라 사진의 소비 행태도 변화

[데일리포스트=신다혜 기자] 기록과 자기표현이 넘쳐나는 시대다. SNS에는 저마다 본 풍경들과 일상, 생각들이 글로, 사진으로 기록되고 퍼져나간다.

방문한 여행지와 먹은 음식은 물론 본인의 시계와 차 핸들샷까지. 어느새 사진은 기록, 또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사진의 대중화 시대를 연 것은 카메라가 핸드폰에 장착되면서부터였다. 1999년 일본 교세라에서 최초로 카메라폰을 발표, 2002년에 출시하면서 카메라폰의 시대가 열렸다.

이에 사람들은 필름카메라나 즉석카메라가 아니더라도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또한 SLR 카메라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DSLR,미러리스 카메라들이 보급화 되면서 필름카메라는 뒤안길로 사라졌다.

카메라가 대중화됨에 따라 요즘 사진을 찍는 과정은 옛날과는 확연히 다르다. 잘 나온 컷, 이른바 ‘인생사진’을 건지기 위해 다양한 구도에서 찍어도 보고 수십 번의 연속 촬영 후 그 중 하나를 추려낸다.

예전에는 사진을 찍는 ‘순간’을 선별했지만 이제는 수많은 사진들 중 ‘한 컷’을 선별한다. 언제든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특별하고 화려한 대상을 찾아나선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상들은 그냥 지나쳐버리기 일쑤다.

요즘은 보정 애플리케이션도 보급화 됐다. 음식사진을 예쁘게 찍을 수 있는 ‘푸디’, 얼굴을 인식해 다양한 캐릭터 효과를 주고 성형효과를 입혀주는 ‘스노우’ 애플리케이션까지. 찍은 사진들 속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얼마든지 수정하고 꾸며낼 수 있다. 쉽게 찍혀지고 쉽게 소비된다.

소비되는 일상 속, 다시 추억을 찾는 사람들

그래서일까. 기록으로 점철된 일상과 소비되는 사진에 지친 사람들은 다시 필름카메라를 꺼내든다. 무분별한 기록과 왜곡 없는 순간을 그대로 담아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필름카메라의 필름 한통당 24장이라는 제한된 컷수를 생각하면 대상을 보는 눈도 조금은 바뀐다. 꼭 필요한 순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은 일상을 더욱 꼼꼼하고 특별하게 바라본다.

아날로그 카메라의 특성을 오마주한 애플리케이션도 나왔다. 즉석카메라의 촬영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애플리케이션 ‘구닥’은 2017년 출시하자마자 아이폰 유료앱 1위를 쟁탈했다.

이같은 열풍은 한국을 넘어 대만,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해외 8개국의 유료 앱 1위를 기록하고 중국, 핀란드, 베트남 등에서 카메라&비디오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다. 옛감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만국공통 늘고 있는 것.

구닥은 즉석카메라의 작은 뷰파인더부터 24개라는 제한된 컷 수까지 재현해냈다. 촬영 24번을 마치고 나면 3일 후에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관에 필름을 맡겨서 인화하는 기간과 같다. 그동안 사람들은 본인이 촬영한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설렘과 궁금증을 갖고 기다린다.

홍대 멀티샵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A씨는 "이른바 필카(필름카메라)에 들어갈 필름을 찾는 수요 뿐 아니라 폴라로이드 카메라(즉석 인화 카메라)도 인기가 높다."면서 "필름에 따라 사진 색감과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고객들이 원하는 감성에 따라 제품을 추천하는 즐거움도 있다."고 전했다.

모든 것을 빠르게 지나치고 소비하는 시대. 장롱 속 묻어둔 카메라를 꺼내들고 일상의 담백함을 다시 느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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