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4차 산업혁명의 메카로 불리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해 5G,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과 의료기술의 융복합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른 가운데 ‘스마트 헬스’는 고령화 시대 의료 업계의 흐름을 바꿔놓을 혁신적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의 사회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일본 역시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AI의 본격 도입을 핵심으로 한 종합 전략을 수립, 인재육성과 더불어 의료, 간병 분야의 IT화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 연구 속속’....·에는 밀려

현재 AI 개발에 있어 일본은 미국과 중국, 유럽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쳐져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경제신문 등 현지 언론은 “해외 AI 관련 기업 투자는 미국이 일본의 약 60배, 중국이 9배 수준으로 투자, 인재 육성, R&D에서 일본이 뒤쳐져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올해 초 AI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의 제조· 판매를 일본 후생노동성 및 제3자 인증기관이 인정하기로 하면서 의료 분야의 AI 활용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도입은 ▲의료 시설 혼잡 개선 ▲원격 의료 촉진 ▲인적 진단 오류 해결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월 도쿄대학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의 다카하시 히로카츠(高橋宏知) 교수 연구팀은 화상인식 기술을 활용해 뇌파로 뇌전증 발작을 자동 검출하는 AI를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또 일본 솜포홀딩스, 솜포헬스서포트, 도시바, 도시바디지털솔루션 등 4사는 당뇨병 등 생활 습관병의 위험을 예측하는 AI를 공동 개발 중이다.


솜포홀딩스 그룹의 헬스케어 노하우와 도시바 그룹의 AI,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융합시킨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몇 년 후면 AI 기반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일반 의료기관에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 통해 원격의료 사업 도전장

한편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LINE)을 통해 일본에서 원격의료 플랫폼 사업에 진출했다.

라인은 지난 1월?일본 의료전문 플랫폼업체 `M3`와 온라인 의료 사업 목적으로 공동출자한 ‘라인헬스케어’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자본금은 1억7000만엔(약 17억5120만원)이며 라인과 M3가 각각 51%, 49% 출자했다.



소니계열인 M3는 일본 제약 업계의 관행이었던 대면 제약영업 활동을 온라인으로 옮겨와 주목을 모은 업체로, 의료 종사자 전문사이트(m3.com)를 운영하고 있다. 약사와 병원 간 불법 접대, 리베이트 등을 줄이는 한편 미국 일루미나와 설립한 인간 유전자 분석 업체 `P5`를 운영해 2017년 포브스 선정 `가장 혁신적인 성장 기업` 5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라인헬스케어는 올해 원격 의료상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며, 일본 관련 법률 등 정비 상황에 따라 M3 약사 회원 기반을 활용한 처방약 택배 서비스 등도 검토할 방침이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전세계 2억 1700만 명 이상의 월간 이용자 수(MAU), 일본에서만 7800만명의 MAU를 자랑한다. 라인헬스케어는 일본 최대 SNS인 만큼 친숙한 브랜드를 내세워 올해 원격 의료 상담서비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서비스로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규제로 묶인 의료산업...첨단 의료는 언제?

이 같은 원격의료와 처방약 택배 서비스 등은 국내선 규제에 막혀있는 사업들로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한국의 원격의료가 현행 의료법에 막혀 지지부진하는 사이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 외에 셀트리온도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외 원격 의료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의 서정진 회장은 1월 사업 전략 발표 자리에서 "AI 원격진료 서비스의 제공을 위해 원격의료와 빅데이터 활용을 지원하는 법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며 "이런 제도가 거의 완성된 국가 2곳과 초기 협의 단계에 있다"고 언급했다.



원격의료 및 체외진단 헬스케어 전문기업 싸이메디는 올해 8월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고 현지 OTCBB(over the counter bulletin board)시장에 기술 우회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8년 글로벌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꼽은 한국 내 의료규제 1위(44%)는 ‘원격의료’ 금지다. 의약품 택배도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모두 원천적으로 막혀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헬스케어를 영역 침범이라고 반발하는 의료계와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업계 사이에서 눈치를 보느라 관련 법규 제정이 늦고 있다고 지적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인 헬스케어 산업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의료계 반발에 막힌 한국 의료 산업은 여전히 답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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