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통신 시대의 산물 ‘공중전화’에 대한 향수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지난해 말 KT아현지사 화재로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까지 제동이 걸리면서 불편했지만 거리 한 귀퉁이에 오롯이 공중전화 부스에 눈길이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IT(정보통신) 강국의 편의성을 느끼면서 잊었던 동전 전화기를 사용할 때가 그립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마포구 거주 직장인 심모씨)

지난해 11월 24일 발생한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는 4차산업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에 커다란 혼란을 준 IT 재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T 문명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사람들의 습관을 지배해버린 IT 기술이 어느 한순간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마비 시킬 수 있다는 것에 무기력함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삶의 편의성을 강조하고 나선 IT 강국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IT 통신망에 의존했던 이들은 화재로 인해 인터넷 통신 수단이 경색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패닉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은 우리 삶의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그리고 생명공학 등 차세대 미래 혁명은 이제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로봇, 그리고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가 주도하게 될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의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이 주도하는 미래 우리 삶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인류는 더 많은 편리성을 위한 개발과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IT 산업은 날이 갈수록 더욱 진화되고 있으며 더욱 똑똑한 로봇과 인공지능이 하나 둘 인류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가 미래 시대를 주도할 또 하나의 혁신의 산업군으로 각광받고 있는 만큼 IT의 급진적 변화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아날로그 통신의 그림자를 지워내기에 충분하다.

IT 혁신 스마트폰에 열광하는 사람들…어느새 낯선 아날로그 통신

“인터넷 강국이라 좋은 줄 알았는데 화재로 장애가 생기니까 모든 것이 정지되버린 듯한 착각에 빠졌어요. 먹통이 된 스마트폰을 들고 집에 오는데 수화기가 위로 올려져 있는 낡은 공중전화를 본 순간 기분이 묘하더군요. 어릴 적에는 흔하게 접했던 통신수단인데...새삼 그립더군요.” (직장인 이민정)

오래전 홍콩 느와르 영화가 국내 스크린을 점령하던 시절 즐겨보면 홍콩 액션 영화 속 주인공 유덕화의 허리 벨트 위에서 ‘삐~빅’ 거리며 울렸던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새로운 통신수단이 유행했다. 거리마다 집집마다 삐~빅 거리던 무선호출기는 무선 네트워크 시대의 첫 포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탄생한 발신전용 휴대폰 ‘씨티폰’은 바쁜 일상 속에서 통화가 많은 직장인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 공중전화 부스 곁에서 타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에 충분한 사치였다.

물론 모토로라의 야심작인 플립형 휴대폰 TAC2가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단말기 가격만 90년대 초 시세로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고가의 이 휴대폰은 말 그대로 부(富)의 상징임에 분명했다.

국내 통신시장, 아니 전 세계 통신시장을 장악했던 모토로라의 무선호출기와 휴대폰은 매년 진화된 슬림해지고 빨라진 휴대폰의 등장으로 그 세력이 꺾였지만 한 통의 전화를 하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 앞에 길게 늘어서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가장 편리한 통신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나 걸으면서 전화하고 있어.” 박중훈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오래된 액션 영화의 한 장면에 나오는 대사다.

“나 걸으면서 전화하고 있어.” 국내 통신 시장에 일명 ‘벽돌폰’을 귀에 대고 애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여유롭게 통화하던 그 장면, 어쩌면 당시의 모습에서 우리는 오랜 시간 서민과 함께 해온 아날로그 통신의 산실인 ‘공중전화’의 퇴보를 예고한 것은 아닌지.

차세대 5G 통신 시대 개막…추억 속 아날로그 통신

“이제 공중전화 한통에 동전이 얼마나 들어가야 하는지 잊어버렸습니다. 솔직히 공중전화 부스를 마주치기도 어려울 만큼 이제 공중전화는 추억이 되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습니다. 그래도 우리 삶의 오랜 흔적이었는데…” (50대 자영업자 이태훈씨)

우리는 이제 4차산업 시대의 중심에 섰다. 무겁고 거추장스럽던 벽돌폰과 무선통신 초기 시절 통신 가능 범위를 벗어나면 안테나를 찾기 위해 사방을 두리번거렸던 그 시절을 뒤로 하고 수많은 데이터 저장과 전광석화와 같은 빠른 속도를 나타낼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차세대 무선 네트워크 시대를 개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무선통신 단말기 산업은 IT 산업의 최일선에서 끊임없는 개발과 연구를 통해 진보를 거듭해왔다.

더 작고 더 슬림하고 더 빠른 통신의 수단, 이제 짤랑거리는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 않아도 걸으면서 통화하고 운전을 하며 통화하고 보고싶으면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더욱 진보된 스마트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동전과 카드를 통해 줄을 이어선 사람들을 비집고 어렵사리 통화 수단에 그쳤던 공중전화 대신 스마트폰은 더욱 진보돼 은행의 업무와 정보교환, 인터넷을 통한 방대한 소셜 미디어를 이용이 가능한 IT(정보통신)강국의 현실이 됐다. 때문에 공중전화는 시대의 흐름에 낡음의 표본이며 통신 수단의 상징으로 기억될 뿐이다.

사랑과 이별을 함께 나눴던 아날로그 통신 ‘공중전화’

“당연하죠. 아무래도 무선 네트워크로 운용되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의 경우 앞서 언급했던 KT처럼 화재가 발생해서 통신시설에 장애가 생기면 스마트폰 등 네트워크 수단으로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던 사람들은 말 그대로 패닉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마포 KT 지사 화재 사건이죠.” (소셜 아이티 팩 김주원 대표)

과학은 인류의 삶에 많은 변화를 준다. 또 산업의 체계를 바꾸고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혁신을 재촉한다. 이 편리한 과학의 진화는 또 한편으로는 삶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신체를 움직였던 인간은 자동화된 기계와 통신의 발달로 어느순간 나태해지고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여 TV 채널을 직접 돌렸던 우리는 리모컨의 버튼 하나로 모든 채널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또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님과 친구와, 혹은 연인과 안부를 주고받기 위해 몸을 일으켜 동네 어귀 놓인 공중전화 부스를 찾았던 우리는 이제 안방에 누워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통화가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무엇하나 불편한 것이 없다. 스마트폰의 작은 액정 속에 내가 원하는 모든 수단이 가능하니 말이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게임을 즐기고, 연인을 찾기 위해 채팅을 하고, 어학을 위해 교육 앱을 다운받고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소액결제를 하는 등 IT 강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느 순간 스마트폰의 편리함 속에 종속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는 스마트폰은 이제 잠시라도 손에서 떨어지면 불안하다는 감정을 감출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이다.

이처럼 인류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든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시스템이 천재지변 또는 화재 등으로 커다란 장애를 일으킨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혼란에 빠질까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적어도 아날로그 통신의 대명사 공중전화는 편리함을 강조하며 우리 삶을 이처럼 지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공중전화는 사랑과 낭만의 전령사 역할도 자임해왔다.

오랜 연인과 사랑의 대화를 나눌 때, 그녀와 이별을 할 때 역시 희미한 등이 켜진 조용한 공중전화 부스는 굵은 눈물과 탄식 가득한 사랑의 흔적을 한껏 감싸줬던 공간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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