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C, 지난해 출하량 4.1%↓…중국시장 침체 여파
인도 14.5% 증가한 1.4억대로 나홀로 고성장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미국 시장조사 기관 IDC가 2018년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4.1% 감소했으며 올해 전망 역시 그다지 밝지 않다고 분석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한 가운데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만은 거침없는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인도의 작년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 4230만대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거대 미개척 시장 인도를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날개 잃은 스마트폰....지난해 출하량 역대 최저치 경신

IDC는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대수가 14억대를 기록, 전년 대비 4.1% 감소하며 5년 전으로 후퇴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출하량은 5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출하량도 3억 7540만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 가까이 감소했다. 침체 상황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체별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0.8%로 1위를 지켰지만 중국 업체의 가파른 성장세에 밀려 2017년 대비 8% 감소한 2억9230만대에 머물렀다. 그 뒤를 판매량이 3.2% 감소한 애플(14.9%)이 이었으며 중국 화웨이(華爲)가 최근 논란속에서도 전년 대비 33.6% 급증하며 3위(14.7%)에 올라서며 애플을 바짝 추격했다. 4위와 5위 역시 중국업체인 샤오미(小米)와 오포(OPPO)가 이름을 올렸다.

IDC측은 "소비자의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고가 프리미엄 단말 가격과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스마트폰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매출이 10% 감소한 것도부진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SA(Strategy Analytics)는 중국의 지난해 출하량이 4억 850만대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11% 급감했다고 밝혔다. 일본 MM 종합연구소 역시 지난해 일본내 출하량이 전년대비 2.6% 감소한 3116만 7천대였다고 전했다.

반면 인도는 아직 성장의 여지가 충분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 출시된 휴대폰의 56%가 피쳐폰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인도 성인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불과 24%로 한국(95%), 미국(81%), 일본(66%), 캐나다 (66%)를 크게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는 글로벌 고객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공행진하던 중국의 성장세가 멈춘 이상 세계 스마트폰 시장 순위는 다름 아닌 인도에서 결정 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존심 구긴 삼성, 제조사와 치열한 각축전 예고

ID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대비 14.5% 증가한 1억 4230만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4분기(10~12월) 출하량은 3630만대였다. 인도는 힌두교 축제인 디왈리 축제를 앞둔 3분기(7~9월) 출하량이 크게 늘어난다. 4분기는 그 반동으로 3분기 대비 15.1% 감소했지만 전년대비 19.5% 증가했다.

인도 시장의 업체별 출하량 순위는 1위 샤오미 2위 삼성이며 그 뒤를 비보, 오포, 트랜션 등 중국 브랜드가 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일한 강자로 군림했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장 점유율 22%를 기록, 1위 자리를 샤오미에 내주는 굴욕을 맛봐야했다.



상위 ‘톱 5’ 가운데 4개 업체가 중국 브랜드인데 중국 업체의 점유율을 모두 합하면 50% 이상에 달한다. 특히 샤오미는 지난해 인도에서 411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치우며 전년대비 58.6% 성장, 인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을 29%까지 끌어올렸다. 비포와 트랜션 역시 각각 21.7%, 75.9%로 전년대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는 사실상 ‘삼성 VS. 중국업체’의 구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올해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삼성은 한때 20%가 넘는 점유율로 시장 1위를 차지했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에 힘없이 밀려난 쓰라린 경험이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인도가 갖는 의미가 각별한 만큼 삼성은 올해 현지에 특화한 중저가 라인업을 대거 투입, 1위 재탈환에 나설 계획이다.

전반적으로 경제 수준이 낮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인도에서는 아직까지 100~200달러 수준, 평균 158달러의 저가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고 있다. 500 달러 이상의 프리미엄폰이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3%에 그친다.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중국 업체를 앞서고 있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면 인도인들의 마음을 충분히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라인에서 애플과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수성하고 있지만 중·저가 라인에서는 중국에 밀리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은 아직 중·저가 라인의 수요 더 많은 만큼 이에 대한 공략 없이 세계 1위를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가폰 전략 '딜레마' 애플 어쩌나?

애플은 지난 31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아이폰 매출이 전년 대비 15% 급감했다고 밝혔다.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의존했던 아이폰의 판매 전략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인도시장에서도 애플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최신모델 'XS'의 인도 판매가는 1400달러로 인도인들에게 아이폰은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 대수는 160만~170만대 수준으로 점유율 1%의 굴욕을 맛봐야했다. 2017년 320만대(점유율 2.4%)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월 29일(현지시간) 아이폰 부진의 돌파구를 위해 일부 모델의 가격 인하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07년 첫 아이폰이 등장한 직후 가격 인하 이후 아이폰 12년 역사상 두 번째다.

쿡 CEO는 "우리는 1년 전 현지 가격에 상응하는 수준의 가격으로 되돌아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콧대 높은’ 애플 역시 인도와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음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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