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카고 일리노이 대학 연구팀, 12세기 해상 실크로드 비밀 규명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지난 1980년 한 어부에 의해 인도네시아 연안 자바섬 앞바다에서 800년 전 침몰된 중국 고대선박이 발견됐다.

이 난판선의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다. 선박의 나무 선체는 크게 손상됐지만 지금까지의 조사로 약 10만 점(약 30톤)의 도자기와 200톤의 철, 소량의 상아, 송진, 주석 등 막대한 유물을 발굴했다.

단일 무역선 화물칸에 실렸던 고급 무역품을 포함한?유물의 양을 통해 당시 매우 개방적인 해상 무역이 이뤄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2세기 해양?무역 수준 '상상 그 이상'?

과학전문 인터넷매체 '아스테크니카(arstechnica)'는?12일(현지시간)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 연구팀이 난파선에서 발견된 도자기 등 유물을분석한 결과 몇 가지 역사적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 배는 중국 남부 광저우에서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투반으로 항해하던 배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12세기 후반 인도양에서 남중국해에 걸친 대규모 장거리 무역 루트가 형성되어 있었다"며 "남송을 시작으로 동쪽으로 일본, 남쪽으로 인도네시아, 서쪽으로는 중동과 아프리카까지 배로 왕래할 수 있었고 주로 농작물, 금속, 수지(樹脂), 도자기 등을 운반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청백자는 귀중한 수출품으로 보이며, 일본에서 아프리카 동해안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서 중국 도자기가 발견된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또 중국 동남부 발굴 조사에서 수백 개에 달하는 경사진 오름가마 '용요(龍窯)'가 발견됐다.



이 난파선은 유물을 회수한 1996년 당시 13세기 중~후반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지난해 미국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의 분석을 통해 100년이 앞선 12세기 후반 침몰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연구팀은 "송 왕조(1127-1279년)는 중국으로 여행하는 외국 사절단에 의존하는 대신 해외에 나가도록 장려했으며 해외무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간 해상무역 쟁탈전이 심화된 시기”라고 언급했다.

유약 분석 통해 중국 청백자 가마터 새롭게 확인

난파선에서 출토된 도자기의 가마터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도자기에 바르는 유약을 분석해야한다.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의 고고학자 웬펑 쉬(Wenpeng Xu)와 리사 니지올렉(Lisa Niziolek) 등 연구팀은 침몰선에서 인양된 60개의 도자기 파편을 휴대용 형광 X선 분석 장치를 이용해 분석했다.



형광 X선은 원자에 따라 파장이 달라져 X선 조사로 방출된 형광 X선 파장을 알아보면 시료 원소 조성을 밝힐 수 있다. 유약은 가마가 있는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유약 원소 조성이 밝혀지면 도자기가 주로 어느 지역에서 구워졌는지 알 수 있다.

가령 중국 장시성(江西省) 경덕진요(景德鎭窯)의 도자기 유약은 다른 지역보다 철분이 많고 토륨이 적은 경향이 있다. 반면 복건성(福建省) 덕화요(?化窯)에서 사용된 유약은 아연과 토륨이 많고 철분이 적다.

이번 조사 결과 도자기 파편은 경덕진요와 덕화요를 포함해 각기 다른 4군데 가마터의 특징을 보였다. 연구진은 “12세기 후반 경덕진요 청백자가 최상품으로 간주돼 외국 수출도 대부분 경덕진요에서 구워진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번 조사로 청백자의 상당수가 경덕진요 이외의 가마터에서도 구워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니지올렉씨는 "중국이 여러 가마터에서 대량 복제한 도자기를 구워 수출했다는 점에서 중국 도예가와 무역상은 전 세계 시장을 의식해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했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당시 글로벌 무역의 복잡성은 상상 이상이다. 이 정도의 무역 네트워크는 현대 서양 자본주의에서나 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난파선 유물들은 이러한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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