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장벽 쌓아 놓고 ICT 산업 독려 나선 정부
규제 장벽 쌓아 놓고 ICT 산업 독려 나선 정부
  • 신다혜 기자
  • 승인 2019.02.09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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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짝퉁’ CES 한국 전자 IT산업…부끄러운 치부 드러내

[데일리포스트=신다혜 IT 전문기자] “차라리 (한국 전자 IT산업 융합전시회) 참가하지 말 걸 그랬어요. 갑작스럽게 일정 잡아놓고 무조건 참가토록 종용한 탓에 제대로 준비도 없이 나섰다가 치부만 드러냈으니 말입니다.”(한국 전자IT산업 전시회 참가업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성대하게 열린 글로벌 가전 산업 박람회 CES가 막을 내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던 이번 CES는 말 그대로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겨냥한 ICT의 장(場)이며 4차산업혁명의 산물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IT 산업의 대표적인 CES 박람회가 높은 성과를 보인 끝에 폐막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동아시아 ICT 산업의 패권에 도전하고 나선 대한민국이 뜬금없이 CES를 표방한 전시회를 개최하고 나섰다.

결론부터 표현한다면 말 그대로 CES를 본뜬 이른바 ‘한국판 CES’다. 이 전시회는 4차 산업혁명시대 글로벌 ICT 산업의 선도적 역할을 기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번 전시회는 CES에서 주목 받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굴지의 IT 그룹을 비롯한 중소기업, 그리고 스타트업 업체들이 참가하면서 기대를 모았다.

물론 삼성과 같은 대기업과 함께 이번 전시회에 참가 기회를 얻은 일부 중소 업체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마음껏 소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기도 했지만 대다수 참가 기업들의 반응은 급조하 듯 추진된 이번 전시회에 떠밀다시피 참석하다 보니 실속은 없으면서 선진국만 좇는 졸속 행사라는 혹평도 쏟아졌다.

2% 부족한 정부의 ICT 산업의 현주소

글로벌 가전 박람회 CES가 폐막하자마자 서둘러 마련된 한국판 CES 한국 전자 IT산업 융합 전시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재생에너지를 시작으로 스마트 제조와 수소경제, 4차 산업혁명특별시 선포 등 지난해 말부터 추진하고 있는 ‘산업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1월 문 대통령은 ICT(정보기술)을 중심으로 벤처기업가들과 만남을 통해 졸속 비난을 받고 있는 한국판 CES를 추진하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렸다.

실제로 지난 7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자산가치 1조원 이상의 벤처인 유니콘 기업과 국내 대표 벤처기업인들을 초청해 한국의 ICT 산업의 비전과 업계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혁신 벤처기업인 초청 간담회’에는 1세대 벤처기업인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비롯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등이 참석했으며 유니콘 기업은 쿠팡 김범석 대표와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비바리퍼플리카 이승건 대표, 권오섭 L&P 코스메틱스(메디힐) 회장 등이 동석했다.

당초 참석이 예정됐던 유니콘 기업 옐로모바일은 최근 기업가치가 하락한 점을 고려해 불참했다.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가진 벤처기업인들은 온라인과 핀테크, 온디맨드(온라인결제, 오프라인 이용), 그리고 외국 기업의 국내 지출 장벽은 낮은 반면 국내 스타트업들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많아 성장에 제약을 겪고 있다는 등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네이버 이해진 GIO는 “인터넷망 사용료나 세금을 내는 문제는 국내기업과 해외 기업들에게 적용되는 법안들이 동등하게 적용됐으면 한다.”고 직설했다.

정부, 벤처 투자 늘리고 있지만 성장세는 여전히 둔화

핀테크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과도한 정책과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바리퍼플리카 이승건 대표는 “핀테크 정책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미비하다 보니 투자유치가 어렵다.”면서 “정책의 규제를 낮춰 유니콘 기업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대표도 “국내 벤처캐피털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지원 펀드가 정책 목적을 넘어 창업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점을 밀어 달라”고 주문했다.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한 문 대통령은 벤처 투자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점과 CES에서 국내 기업들이 혁신상을 수상한 것을 언급하며 정부도 지속적인 정책적 노력을 통해 성과를 보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의 답처럼 실제 지난해 집계된 벤처 투자액은 3조 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투자한 원금과 이익을 다시 돌려받는 엑싯 수치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국내 벤처캐피탈은 지난해 총 1328개사로부터 2조 6780억원을 회수했다.

이는 국내 기준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유니콘 기업과 스타트업 성장세가 두드러진 미국과 중국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벤처 생태계가 원활히 돌아가려면 투자와 이익의 환원이 잘 이뤄져야 하지만 문제는 정부의 높은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ICT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벤처 기업간 심도 깊은 의견과 노력의 결과가 얼마나 주효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유니콘 기업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벤처 산업 투자를 위해 정부와 기업의 협업이 활발한 중국과 비교할 때 아직 국내 벤처 산업의 전망은 안갯속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한국판 CES 전시회와 같은 시도를 통해 국내 벤처 산업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스럽다.

실제로 이번 한국 전자IT 산업 융합전시회에 참석한 일부 중소 벤처 기업들은 정부차원에서 대기업과 함께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만족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초 센서식 에어백 재킷을 개발한 중소 벤처 ‘세이프웨어’ 김영환 대표는 “관람객들에게 자사 제품력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주도의 이번 전시회가 충분한 시간과 홍보를 통해 더 많은 벤처 기업과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완벽성을 갖췄다면 ‘짝퉁’ 한국판 CES라는 오명을 껴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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