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형 웨어러블, 새로운 시장에서 활로를 찾다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지난 2012년 안경형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야심차게 첫 선을 보였지만 결국 고배를 마셔야 했던 스마트 안경 ‘구글글래스’를 기억하는가?

구글 최초의 AR(증강현실) 스마트 안경인 구글 글래스는 글로벌 IT기업들의 증강현실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시장 외연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1500달러에 판매된 구글 글래스 시제품은 높은 가격과 개인정보보호 및 안전 문제 등으로?2015년 1월 돌연 판매가 중단됐다.

그리고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구글 글래스와 관련된 뉴스는 해외 언론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제조·물류·의료 현장 등 산업용으로 부활

이런 가운데 미국 시장조사 기관 e마케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구글의 스마트 안경은 제조업, 물류업, 의료기관 등 산업용에서 활로를 찾아 일정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2017년 안경형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산업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제품, 정식명칭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이하 GEE)’ 버전으로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개발팀은 프로젝트 자체를 재정비해 다수의 전문가집단과 협력, 업무용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개발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출시된 GEE는 기존 구글 글래스에 비해 ▲프로세서 파워 향상 ▲길어진 베터리 지속 시간 ▲카메라 성능 강화 ▲동영상 촬영을 표시할 수 있는 녹색 라이트 기능 등이 개선됐다.

현재 GEE의 주요 용도는 제조, 물류, 의료 등 산업분야의 정보표시 및 작업 지시이며 작업현장에서 투과형 디스플레이에 비친 각종 정보를 보면서 작업하거나 작업자가 보고 있는 장면을 다른 담당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지시하는 것이다.



공장이나 창고 등에서 작업 절차를 확인하고 사용 설명서를 참조하기 위해?디지털 보조 제품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 제조 공정이 복잡해지는 만큼 정보 단말을 통해 효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병원 등 의료업계에서는 의료 기록 등의 기술적 부담을 크게 경감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 구글은 구글 글래스 판매 중단 이후 차세대 제품 연구 부문인 ‘구글 X’에서 스마트 안경 프로젝트를 재정비해 추진해왔다. 2015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에는 모회사 알파벳 산하 ‘X’의 사업부문으로 이를 이전했다.

한층 진화된 스마트안경, 2022년 출하대수 3270만대

이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 폭스바겐, 미국 보잉과 물류업체 도이치포스트 DHL, 의료기관 셔터 헬스(Sutter Health) 등이 구글의 스마트 글래스를 도입해 실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물류업체 DHL은 피킹(물품 선별) 및 포장 등의 작업에 GEE를 사용해 작업 시간을 25%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농기계 제조업체 AGCO는 GEE를 문서참조와 체크리스트 업데이트, 사진 촬영 등의 대체목적으로 도입했다. 그 결과 조립시간 25%, 검사시간이 30% 줄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역시 오류 발생이 감소했으며 기계의 작업 효율이 8~12% 향상됐다고 밝혔다.

또 의료기관 셔터 헬스는 의사가 환자의 병실을 방문할 때 GEE를 통해 진료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셔터 헬스와 같은 병원의 경우 진료카드 작성 등의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하로 경감됐으며 환자 케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증가해 의료 퀄리티가 향상되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



한편 지난해 11월에는 2세대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이 FCC 인증을 통과했다. 2세대 GEE는 4G LTE는 지원하지 않으며 와이파이 및 블루투스 옵션이 제공된다.

폰아레나 등 외신은 “디자인 측면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지만 배터리 수명과 카메라 개선이 예상된다. 새로운 구글 글래스는 2019년 연내에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ABI리서치에 따르면 구글이 GEE 사업을 시작한 2017년 스마트 글래스 전세계 출하대수는 23만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2022년에는 3270만대로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스마트 글래스 가격은 700달러~2000달러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보급 확대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