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수십 년 간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펼쳐온 인구대국 중국이 이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풍부한 노동력을 배경으로 한 저임금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지만 '한자녀 정책'으로 대표되는 인구 억제책으로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정부 주도의 출산 장려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신생아 수는 매년 급감하고 있어 산아제한 정책을 전면 폐지하고 새로운 인구 부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는 추세다.

늙어가는 중국, 급속한 고령화 골머리

중국은 1970년대부터 출산을 억제하기 위해 '한 자녀 정책'을 도입하는 등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매년 출산률이 급격히 낮아지며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리자 2015년 10월 한 자녀 정책을 공식 폐기하고 두 자녀까지 낳는 걸 허용하는 ‘1가구 2자녀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신생아 수는 전년 대비 7.9% 증가한 1786만명을 기록했지만 2017년 1723만명, 2018년에는 신생아 수가 1400만명대까지 떨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인구통계학적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의 출산율이 현행대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2050년이면 3명 중 1명은 65세 고령자로 심각한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할 전망이다.



1999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중국은 2017년 말 기준으로 노인 인구 비중이 17.3%인 2억 4100만명으로 중국인 다섯명 중 한명은 60대 이상이다. 중국 국무원은 오는 2020년까지 60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17.8%까지 늘어나고, 독거노인 인구도 1억18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중국 노인 인구 중 만성질환자는 1억5000만명, 장애 3750만명 등 건강한 고령화 사회 실현은 중국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저출산 쇼크...2029년 정점으로 감소 본격화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2018년) 중국 신생아 수는 1500만명에 못 미칠 전망으로 2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자녀 정책을 전면 철폐하고 2016년 이후 시행된 ‘1가구 2자녀’ 정책이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이 지난 3일 발표한 <중국인구와 노동>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인구는 2029년 14억4천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급격히 줄어드는 노동력과 고령화에 대처할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국가의 제도 개혁까지 요구한 것이다.

현재 중국의 인구는 14억1천만명으로 젊은 인구 비중이 줄어드는 한편 인구 성장세가 정체에 빠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현재 인구가 14억 명에 육박하는 인도는 꾸준히 높은 출산률로 2024년이면 중국을 제치고 인구 대국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인구전문가들은 “중국 인구는 장기적인 하락 추세에 진입했다”며 "중국 정부의 잘못된 인구 정책으로 인해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중국이 고령화 인구 중심의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결혼 시기가 늦어지는 데다 치솟는 교육비와 주택비용의 가계 압박 등으로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는 딩크족이 증가해 출산율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대가족과 육아에 따른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되면서 2015년 기혼자 가운데 출산한 비율은 59.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향후 중국 정부 주도로 산아제한 정책이 완전히 철폐된다 하더라도 출생률이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정부, 인구 감소 해결할 새로운 정책 수단 시급

보고서의 지적처럼 중국의 인구감소 문제는 풍부한 인력을 바탕으로 그간 고도의 성장을 구가해온 중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조만간 산아제한 정책을 아예 전면 폐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중국 정부는 출산율 하락이 중국 경제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지난해부터 출산 장려 정책에 나섰다.

실제로 지난 3월 중국 국무원 구조개혁위원회는 국가위생 및 산아 정책 위원회를 폐지, 국가위생 건강위원회(國家衛生健康委員會)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8월에는 중국 당국이 민법개정 초안의 ‘혼인 및 가정’ 편에서 산아제한 폐지가 포함된 민법 수정 초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초안은 2020년 3월 심의될 예정이다.

여기에 최근 중국 우정당국이 부부 돼지와 새끼 돼지 3마리를 그린 기해년 돼지해 신년 우표를 공개한 것도 산아제한 정책 폐지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러한 경제 침체와 국력 저하라는 위기감 속에서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저출산 대책을 내놓는 기업도 등장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시트립(Ctrip)’은 최근 직원의 자녀의 학령기에 맞춰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 외에 중국 기업 최초로 여성 관리직의 ‘난자 동결(건강한 난자를 채취해 냉동 보관)’ 비용을 보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중국 저명 경제학자인 런즈핑 수석연구원은 '두 자녀 정책' 시행에도 출산율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면서 산아제한 정책을 즉각 철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를 비롯한 인구문제 전문가들은 ▲임신~양육 과정의 전면적인 보조금 지원 ▲어린이집과 유치원 신설 ▲출산장려 세제 혜택 확대 ▲출산~육아 상의 각종 부담을 정부·기업·가정에서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로 중국 경제가 지난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한파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중국 시장을 덮칠 최대 위기는 저출산·고령화일 수 있다. 산아제한 정책 폐지를 비롯한 중국정부의 앞으로의 결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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