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상승 원인 ‘치료’ 보다 ‘조기발견’ 영향 높다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암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하는 암생존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가 12월 27일 발표한 <2016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암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한 암환자는 91만6880명으로, 전체 암유병자 절반 이상(52.7%)을 차지하며 50%를 돌파했다. 2014년에는 44.9%, 2015년 49.4%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는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한 결과이며 암 치료 자체가 극적인 진보를 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정신과 의사인 스캇 알렉산더(Scott Alexander)는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를 통해 암 치료의 발전 여부를 검증해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우선 아래의 미국 암 발병률 그래프를 보면 1990년대 피크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전체적으로는 1975년부터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암 발병 위험이 높은 고령자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래프를 연령분포를 조정한 사망률로 변경하면 암 사망률이 1990년대까지 상승한 후 감소하고 있음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왜 1990년대까지 암 발병률과 사망률은 계속 증가한 것일까? 대표적 원인 중 하나는 ‘흡연’이다. 아래 그래프는 암의 종류별 사망률을 나타냈다.

<Lung&bronchus(폐·기관지)>로 표시된 빨간색 그래프가 1990년대까지 가장 높고 상승 추세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세기 들어 ▲담배제조 기술의 향상 ▲경제적 여유 ▲광고 발달 등에 힘입어 흡연자 수는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아래 그래프는 1960~70년대에 피크에 달하는데 폐 및 기관지암 발병율 피크 시기와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담배가 암을 일으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90년대 이후 흡연율 저하와 함께 폐 및 기관지암에 의한 사망률도 감소했다.

또 90년대까지 암 발병률이 증가한 대표적 원인 가운데 전립선암이 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미국의 정책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전립선암 진단을 권장하면서 암 판정이 늘었고 결국 암 발병률이 증가했다.

하지만 전립선암이 진행이 느리고 사망률이 낮은 '순한 암'으로 알려지면서 1990년대 정책 전환에 나서 진단이 급감한 탓에 발병률 자체가 낮아졌다.

한편 위암 발병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극적으로 감소했다. 이는 ▲여러 연구를 통한 식품가공 기술의 향상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치료법 향상 ▲비타민 C 섭취량 증가 등이 그 배경이다.

이 외에도 대장암 감소는 용종을 대장 내시경으로 없앨 수 있게 된 것이 크고, 간암은 C형 간염 바이러스 유행에 그 원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크게 감소했다.

앞서 살펴보았듯 다양한 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의 증감에는 각각의 이유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1990년대를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암 발병률 감소 이유의 대부분은 암 치료의 진보가 아닌 조기 발견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알렉산더는 암 치료 발달의 영향 정도를 보려면 ‘암 진단이 내려진 후 얼마나 살 수 있느냐’를 나타내는 ‘5년 생존율’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다음 그래프를 인용하고 있다.

그래프는 왼쪽부터 모든 암, 췌장, 간, 식도, 폐 및 기관지, 뇌 및 기타 신경계, 난소, 피부흑색종, 전립선 등 부위별로 되어있다.

파란 그래프가 1975~1977년, 빨간 그래프가 1987년~1989년, 연두색 그래프가 2002년~2008년의 5년 생존율을 나타내는 데 시간이 갈수록 생존율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알렉산더는 “치료법이 크게 진보한 유방암과 대장암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찾아낸 최선의 그래프”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위 그래프 역시 치료의 진보뿐 아니라 조기발견 기술의 발달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2000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특정 종양의 5년 생존율 변화와 종양 관련 사망률 변화 사이의 관련성이 거의 없지만, 5년 생존율 변화와 종양 발견율의 변화 사이에는 긍정적인 관계가 있다”는 내용이 게재됐다.

다만 이러한 연구가 “암 치료는 진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 치료법 발전의 영향이 조기발견 기술의 진보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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