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 휘말린 화웨이…반발하는 중국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 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기업인 화웨이가 올해(2018년) 스마트폰 출하량 2억대를 돌파하면서 내년이면 애플을 누르고 스마트폰 점유율 세계 2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자체 집계 결과 전년대비 30% 이상 증가한 출하량 2억대를 넘어서며 새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화웨이 창업자이자 CEO인 런정페이(任正非)는 “2019년이면 우리가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출하량 세계 2위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화웨이는 그간 미중 무역전쟁의 ‘타깃’이 되어 왔다.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이라며 2월 미국첩보 기관의 장관들이 잇따라 "화웨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8월에는 미국 시장에서의 전면 철수가 보도되기도 했다.

특히 이달 캐나다에 체류하고 있던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미국의 요청으로 전격 체포되며 위기에 빠졌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어기고 이란 통신사와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멍 부회장은 보석으로 석방됐으나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캐나다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화웨이는 2002년에도 유엔의 이라크 제재 결정을 어기고 사담 후세인 정권에 기술을 판매해 논란이 된 바 있고 미국 시스코는 자사 소프트웨어를 화웨이가 베꼈다며 소송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은행과의 금융거래 차단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자국뿐 아니라 동맹국에 대해서도 화웨이 배제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중국 정부는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중국 자동차업계는 소위 ‘화웨이 사태’로 미·중 전쟁에 끼어든 캐나다에 대한 투자 논의를 전격적으로 중단했다.

화웨이 역시 자사 대미 홍보 인력을 해고하고 미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사 장비를 쓰지 말라는 발언과 미 의회의 화웨이 블랙리스트 선정 등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 언론까지 화웨이의 성과를 다루는 기사를 앞 다퉈 보도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화웨이 제품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이벤트도 전개하고 있다.



압력에도 스마트폰 출햐량 2억대 돌파...글로벌 보이콧 영향 미지수

사실 화웨이를 둘러싼 글로벌 환경은 점점 악화되는 양상이다. 제제를 통해 이미 ZTE(中興)를 존폐 위기까지 몰고 갔던 미국이 화웨이를 조준하고 나선 만큼 미국 눈치를 보며 화웨이의 5G 등 통신장비사용을 거부하는 국가도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일본 정부도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 업체 배제 방침을 결정, 각 부처를 비롯해 이통사 및 인프라 사업자 대상의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화웨이는 14억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이미 글로벌 입지가 탄탄한 기업이다.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점유율 1위 업체이자 삼성을 잇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로 우뚝 올라섰다. 5G 기술 선점에도 빠르게 대응해 막강한 시장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올 한해 서방 국가들의 견제를 뚫고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크게 약진했다. 화웨이가 추산한 올 한해 스마트폰 출하량 2억대는 2017년 대비(1억 5300만대) 30% 이상 증가한 실적이다.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전세계 170여 개국에서 5억대나 사용되고 있다.

아래 그래프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 추이다. 2010년 불과 300만대였던 출하량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와 공격적인 기술 투자를 바탕으로 2015년 1억대를 돌파, 3년 만에 마침내 2억대를 돌파했다.



현재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018년 스마트폰 출하량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2~3분기 수치로 비교할 때 적어도 화웨이 보다 2000만대 이상 많은 스마트폰을 출하했다. 삼성이 올해 적어도 약 3억대 수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을 것으로 IT 전문매체 벤처비트(VentureBeat)는 추정하고 있다.

이미 지난 2분기 화웨이는 시장점유율 15.5%로 종전 2위였던 애플(11.8%)을 제쳤지만 올해 출햐량 집계에서 세계 2위가 될지 여부는 좀 더 지쳐봐야 한다. 애플이 1분기 화웨이보다 1000만대 많은 단말을 출하해 연간 총 출하 대수에서 화웨이와 비슷한 출하량을 보일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처비트 역시 과거 출하량 추이를 통해 "화웨이가 2019년에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세계 2 위 자리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넘어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런정페이 CEO는 “내년에 우리가 (스마트폰 출하량) 세계 2위가 될 것이며 내년 4분기에는 (삼성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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