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아이폰 판매 부진과 4분기 실적 우려에 대한 영향으로 5일(현지시간)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3개월 만에 1조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향후 아이폰 등 하드웨어 디바이스의 판매 대수를 공표하지 않을 방침을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애플, "아이폰 판매대수 공표 안해"

월스트리트저널(WSJ)와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이번 3분기(7~9월) 결산 발표를 마지막으로 제품 판매 대수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간 애플은 아이폰을 비롯해 아이패드, 맥 등 자사 제품의 판매 대수를 공표해왔다.

애플의 루카 마에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와 관련해 "제품구성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지고 각 카테고리의 판매가격도 광범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분기별 판매대수는 애플의 성과를 나타내기 위한 적당한 지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팀 쿡 최고 경영자(CEO)는 "새로운 가격 전략 하에서 진화한 애플의 실적 동향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향후 애플의 판매 대수 전망치 및 평균 판매 가격 예상 등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가격 인상으로 매출 유지하는 구조...판매량 정체로 직격탄?

애플은 1980년대 설립 이후 실적 동향 지표로 주력 제품의 판매량을 공개해왔다. 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등 하드웨어 제품 분야에서 애플의 라이벌에 해당하는 회사들은 이전부터 제품 판매 대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유통공룡이라 불리는 아마존 역시 자사 하드웨어 제품의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SJ은 "이러한 아마존의 방침에 대해 과거 스티브 잡스는 아마존이 판매대수를 공표하지 않는 것은 매출 부진의 증거라고 발언한 바 있다. 약 10년 후 애플도 아마존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됐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판매대수가 세계적으로 포화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애플은 아이폰 판매가격을 높이는 전략으로 실적을 향상시켜왔다. 과거 아마존처럼 판매량 공개가 애플에게도 곤란해진 상황이 온 것일까.

3분기 실적에서 아이폰 판매 대수는 4,689만 대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매출은 29% 늘었다. 이는 고가의 아이폰X 및 아이폰XS, 아이폰XS맥스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제시한 4분기 매출 가이던스(890~930억 달러)가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특히 제품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이 아닌 높아진 제품 가격이 애플의 매출을 견인한다는 불안감이 주식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았던 아이폰XR의 판매도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애플이 최근 대만 하청업체 폭스콘과 페가트론에 아이폰XR의 생산라인 추가 증설 계획 중지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당초 아이폰XR 생산라인 60개를 준비한 폭스콘은 최근 45개 라인만 가동하고 있으며 페가트론도 증설 계획을 중단한 상황이다. 해당 매체는 애플이 신형 아이폰XR이 아닌 ‘아이폰8’와 ‘아이폰8플러스’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비스사업은 호조...3분기 사상최고액 경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교체주기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애플은 서비스 사업에 중점을 두며 자사 단말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애플의 대표적 서비스 사업은 애플뮤직(Apple Music), 아이튠즈(iTunes), 앱스토어(App Store) 등이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99억 81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년간(2018 회계연도) 합계액은 371억 9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4% 증가했다.

서비스 사업 매출은 아이폰과 비교해 규모는 작지만 이미 맥과 아이패드 매출을 넘어서며 아이폰을 잇는 주력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애플은 해당 사업을 2020년까지 약 500억 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모건스탠리 추정에 따르면 아이폰을 포함한 하드웨어 제품은 현재 전세계에서 13억대가 가동 중이다. 애플은 이들 단말을 통해 연간 대당 30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앱 판매와 음악 구독 서비스 등을 통한 수익이다. 모건스탠리는 애플의 서비스 사업은 향후 5년간 회사 전체 매출 증가분의 약 6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애플은 단말판매량을 비공개로 돌리는 대신 상품 사업 전체와 서비스 사업 전체의 판매비용 데이터를 제공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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