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대출 증가액 증가…가계부채 1500조 ‘초읽기’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전세자금대출 2억8000만원에 마이너스통장 3000만원, 여기에 저축은행까지 합치면 아이고~3억 5000만원이네? 등골이 휠 지경입니다.”(직장인 김우권(가명·41)씨)

생뚱맞은 이야기가 아니다. 남의 일도 아니다. 4인 가족의 가장인 김씨는 서울지역 중소기업에서 중견 간부로 근무한다. 그의 연봉은 7000만원 남짓. 문제는 자녀들의 학업을 위해 수도권 지역에서 거주하던 자가 주택을 팔고 서울 강남 도곡동에 위치한 아파트를 전세로 입주했다.

3억원 수준의 기존 주택을 팔고 전세 아파트 입주에 나섰지만 이미 형성된 전셋값은 천정부지 치솟았다. 37평형 전세 아파트 가격이 8억원을 호가한 탓에 주택을 매매한 가격 외에도 전세자금 대출까지 끌어 써야했다.

여기에 중학생 아들과 고교생 아들의 사교육비까지 챙겨야 하는 김 씨는 연봉 7000만원 소득으로는 강남살이가 결코 녹록치는 않을 전망이다.

가슴이 탁 막히는 이 같은 현상은 비단 김 씨의 사례만은 아니다. 자녀들의 학업을 위해서 혹은 내 집 마련을 위해 무리한 주택 대출에 나선 이들이 공감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 사회는 말로만 듣던 ‘부채여산(負債如山)’을 뼈져리게 실감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가계부채는 1493조 200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로 증가세는 다소 둔화됐지만 2분기 대출 증가액을 감안하면 1500조원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매섭게 다가서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정부는 심각한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고강도 대출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더 늘어났다.



실제로 제1금융권을 비롯해 제2금융권 신용대출 증가액 역시 지난해 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말 그대로 ‘버블 효과’를 이어가고 있다. 증가세는 더디지만 가계소득 대비 빛의 속도와 같이 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기형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말 가계대출액과 카드사, 백화점 등 판매신용액을 더한 가계신용잔액은 1493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4조9000억원(1.7%)늘어났다. 가계빚 증가액은 지난 1분기 17조4000억원보다 크게 불어났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 대출이 6조원, 오토론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6조8천억원 증가했다.

판매신용은 83조2000억원으로 2조2000억원 늘었다. 이대로라면 가계빚은 3분기 15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파트 입주물량이 확대되고 이사철 등 계절적 요인으로 예금은행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이 늘었다"며 "5월 연휴와 6월 월드컵 효과 등으로 소비가 늘면서 판매신용증가액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부채여산으로 치닫고 있는 가계부채 과부하로 한국사회는 빚의 올가미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빚 없는 사회를 이끄는 사람들의 김윤택 간사는 ”정부의 노력에도 가계부채가 이처럼 증가한데는 정부의 실효성 부족한 규제 정책도 문제“라면서 ”여기에 실적을 위한 은행의 대출 증가도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한 몫을 했다.“고 질타했다.

김 간사는 ”자신의 허세를 위해 무리하게 반복된 대출에 나선 가계도 문제겠지만 이를 허용하는 은행과 정부의 미온적 대응도 지적 대상“이라며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가 무너지면 결국 은행도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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