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기자]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중국발 자원쟁탈전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전기자동차 핵심 광물 ‘리튬(Lithium)’을 공격적으로 쓸어 담으면서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차량에 탑재될 리튬이온배터리 핵심 소재 리튬의 가치가 폭등하는 추세다.

‘하얀 석유’라 불리는 리튬 가격 폭등은 자원 개발을 더 부채질했고, 중국 신흥기업들이 연이어 가세하면서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휴대폰, 노트북 등 IT제품 시장의 지속적인 확대와 전기차 성장세가 맞물리면서 리튬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핵심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이 미래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또 다른 권력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은 리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리튬 공급망을 장악한 국가가 향후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전기차 업체들이 핵심 원자재 경쟁에서 중국에 밀릴 경우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전 세계 리튬 시장 현황은?…남미 3국 80% 매장량 보유

▲ 광산에서 채굴한 리튬의 모습. 사진=중국 티엔치사 홈페이지

미국지질조사소(USGS)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 매장량 중 절반이 칠레에 존재하며 ▲중국 ▲아르헨티나 ▲호주 순으로 많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칠레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남미 3국이 전체 매장량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튬 매장형태는 크게 광산과 염호(소금호수)로 나뉜다. 광산은 바위를 깎아 리튬을 발굴하는 형태고, 염호의 경우에는 땅 밑에서 광물을 채굴한 후 햇볕에 수분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리튬을 추출한다.

▲ 티베트 지역에 위치한 리튬 염호. 사진=티엔치 홈페이지

남미 지역에서는 주로 염호를 이용해 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리튬 삼각지’라 불리는 남미 3국에 집중된 염호는 생산 대비 절대적 원가우위로 세계 리튬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칠레 ‘아타카마’ 염호의 매장량은 약 690만톤, 볼리비아 ‘우유니’ 염호는 약 89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이 이 지역을 두고 ‘전기차 시대 사우디아라비아’로 부르는 이유다. 칠레의 경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리튬 수출 총액은 3억746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나 급증했다.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에 따르면 오는 2020년 리튬 수요가 26만1000t으로 예상 공급량(23만7000t)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2025년 리튬 수요가 현재의 세 배 수준인 57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규모의 경우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지난해 154억5800만 달러에서 오는 2020년에는 377억16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튬 수요가 늘면서 가격은 수직 상승 중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리튬(탄산리튬)의 kg당 가격이 약 48위안에서 약 125위안으로 약 3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 7월 기준 리튬 kg당 가격은 126위안을 기록했다.

◆ 리튬 확보로 전기차 시장 주도권 노리는 중국

중국은 지난 2015년 칠레를 제치고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가 자리를 차지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내 리튬 매장량은 350만톤으로 세계 매장량(2753만톤)의 약 13%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 매장량의 85%는 염호 형태다. 칭하이(?海)성과 시짱(西藏) 자치구에 중국 전체 매장량의 80%가 묻혀있다.

중국은 자국 내 매장량이 상당한데도 리튬 해외광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내 리튬이 생산원가와 품질 문제로 인해 전자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광산 위주로 지분 투자와 경영권 확보에 나서는 중이다. 특히 호주 리튬광산에 티엔치(Tianqi)와 간펑(Ganfeng)사 등 중국기업의 참여가 독보적이다. 중국은 오는 2018년까지 지속적으로 리튬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 호주 탈리슨사가 소유한 리튬 광산. 사진=티엔치 홈페이지

티엔치는 지난 2014년 호주 세계 최대 리튬 광산을 보유한 호주 탈리슨(Talison)사의 지분 51%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캐나다 네마스카(Nemaske) 리튬사의 광산 개발 프로젝트에도 대주주로 참여 중이다.

간펑은 리튬화합물 제조기업이지만 산하에 배터리 제조기업까지 두고 있다. 원료와 배터리 수직통합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호주 마리온(Marion) 광산 개발 프로젝트의 최대 주주로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 이익이 전년 대비 약 4배 수준으로 뛰었다.

중국기업들은 직접 투자 외에도 예정된 생산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으로도 리튬을 모으고 있다. 중국의 제너럴 리튬사의 경우 오는 2018년 생산 개시 예정인 호주 광산 프로젝트에 농축액을 공급받는 형태로 계약을 맺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광산 투자, 물량 선확보 등을 통해 중국기업들이 신규로 공급 가능한 리튬 화합물은 총 8만5000톤에 달하며 이는 세계 리튬 시장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물량”이라면서 “성장 시장인 배터리용 리튬 시장을 중국 기업들이 선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배터리의 고용량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리튬 설비 확대는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공급 부족 가능성은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면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 개발 가능성도 현재로서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이 따라주지 않으면 업계에서 전망하는 전기차 개화시기도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호주 탈리슨사가 보유한 리튬 광산. 티엔치사 제공>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