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통화 기능이 투기로 전락…가상화폐 단면 ‘씁쓸’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얼마나 그댈 그리워하는지 몰라 더 이상 외로움 난 견딜 수 없고…(중략)오늘 같은 밤이면 그대를 나의 품에 가득 안고서~”(오늘 같은 밤이면 가수 박정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미래의 화폐로 각광받고 있는 암호화폐, 가상화폐가 한국 사회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 보다 높은 가치를 뽐내고 있는 가상화폐는 당초 미래를 이끌 통화에서 투자만 하면 대박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투기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동안 각 언론들은 가상화폐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혁신적 결과물이라고 찬양해 왔지만 이제 자고 일어나면 천정부지 그 가치가 치솟다 보니 사람들의 투기 심리를 자극하는 기형적 산물이라고 입을 모아 지적하고 있다.

그 결과는 어차피 돈을 맹신하는 사람들의 심리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매 순간 빚을 내 투자한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일상생활 적응력이 떨어지고 있는 불나비들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는 쉼 없이 지속되고 있어 가슴 한켠이 먹먹하기만 하다.

1990년대 초반 인기가도를 달리며 수많은 청춘들에게 아름다운 서정적 음악을 선사했던 가수 박정운이 2000억원대 규모의 가상화페 다단계 사기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는 뉴스가 나왔다.

가수 박정운이라는 이름 석자에 입안에서 그의 히트곡 ‘오늘 같은 밤’이 맴돌았다. 얼마나 불렀던 노래였나?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지만 가사 한 소절 놓치지 않는 것을 보니 당시 꽤나 불렀나보다.

요즘 한창 대다수 뉴스면을 장식하고 있는 가상화폐의 문제점, 어느 10대 고교생의 용돈벌이를 위한 장난에 수십조가 증발했고 손실을 봤다는 이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것도 모자라 가상화폐 다단계 조직까지 사람들의 한탕 심리를 자극하고 있으니 말이다.

2000억원대 가상화폐 다단계 사기, 이 엄청난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채굴기 운영 대행 미국업체 ‘마이닝맥스’ 계열사 임직원 7명과 최상위 투자자 11명을 구속하고 마이닝맥스 홍보 대행 담당 대표이사인 가수 박정운씨 등도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박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생성할 수 있는 채굴기에 투자하면 그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돌려주겠다며 투자자 1만8000명으로부터 270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등이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 막대한 투자금을 가로챈 미끼인 ‘이더리움’은 최근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비트코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높은 가상화폐다.

아울러 이들이 투자를 종용한 채굴기는 가상화폐를 생성하기 위해 암호를 해독하는 고성능 마이닝이 탑재된 PC이며 마이닝맥스는 투자자를 모집해 하위 투자자를 유치하고 상위투자자에게 추천수당과 채굴수당을 지급, 전형적인 피라미드 방식으로 운영했다.

일련의 논란이 됐던 다단계 사업이 그랬듯이 마이닝맥스 역시 투자자들을 많이 끌어 모은 최상위 투자자들은 1년간 1인당 최소 1억원에서 최대 40억원대 수당을 받아 챙겼으며 실적우수자는 고급 외제 승용차 등을 챙겼다.

검찰에 따르면 마이닝맥스의 홍보 담당 계열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박씨는 지난 8월에서 10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회사 자금 4억5000만원을 횡령해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 피해자 중 한국인 피해도 상당수 포함됐다.”며 “가상화폐로 고수익을 올리려다 오히려 낭패를 봤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도주한 마이닝맥스 미국 국적의 한국인 회장 K씨와 임원 등 7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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