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기자]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는 전기자동차 브랜드 테슬라다. ‘혁신 이미지’를 앞세워 미국 자동차 시장 1위를 차지한 테슬라는 지난 3월 한국 전기차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국내 전기차 등록 누적 대수가 2만대에 이르는 등 한국 시장도 노려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완벽하게 대체하려면 배터리 성능 향상과 함께 충전 인프라 구축이 관건이다. 현재 턱없이 부족한 충전소로 인해 막상 차를 구매하고도 집에 모셔다 둬야 하는 형국이다.

테슬라는 이같은 상황을 기회로 삼고 자체 개발한 충전소를 늘리며 국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테슬라의 행보를 두고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공급 부족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슈퍼차저' 앞세워 반등 기회 엿보는 테슬라

1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승용)는 총 1만75대(테슬라는 1~9월 신규등록 수치)로, 연간 기준 사상 처음으로 1만대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61대에 그쳤던 연간 전기차 신규 등록 수는 ▲2014년 1308대 ▲2015년 2917대 ▲지난해 5099대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전기차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현재까지 전국에 설치된 급속 충전소는 1320기, 완속 충전소는 1406기다. 이 가운데 점검 중이거나 고장 상태인 곳을 제외하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전기차 충전소는 4만개로, 이는 3만5000여개에 달하는 일반 주유소를 추월한 수치다. 이에 한국 정부도 오는 2020년까지 급속 충전소 3000개를 포함해 충전 인프라를 총 2만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 전기차 모델별 판매 순위는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6203대로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르노삼성 ‘SM3 Z.E.’가 1569대, 기아차 ‘쏘울 EV’가 1290대를 기록하며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한국 진출 8개월이 지나도록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테슬라는 지난 9월 정부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면서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보조금을 발판삼아 타 국가에 비해 빠른 속도로 자체 충전소를 늘리는 방법으로 유리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우선 플랫폼 선점을 통해 반등의 기회를 노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자동차업체들이 차량 생산에만 몰두하는데 비해 테슬라는 전기차 개발만큼 충전 기술 보급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테슬라의 자체 충전소는 ‘슈퍼차저(급속충전)‘와 ’데스티네이션 차저(완속충전)‘로 나뉜다. 슈퍼차저는 최대 120kW급 전력을 바탕으로 30분 내로 충전이 가능하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최근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은 15분 만에 100% 충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에서 운영 중인 슈퍼차저 수는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총 9곳에, 데스티네이션 차저의 경우 전국 100곳 이상에 구축돼있다. 테슬라는 최근 연내 구축 예정인 슈퍼차저 5곳을 공개하면서 모든 종류의 충전소 수를 175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 위키백과

◆ ?차 없어서 못 파는 테슬라공급 부족 문제 어찌하오리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던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생산 차질 등 공급 부족 현상은 테슬라의 발목을 잡는 고질적 문제다.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제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내 시장 공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충성스런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이같은 매니아층이 형성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가 아닌 이상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일반인들의 자동차 소비패턴을 테슬라가 인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 테슬라 거품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면서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보조금을 확보했다는 점과 충전시설을 늘리고 있다는 것은 국내 진출 초기 상황에 비해호재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 “그러나 가장 중요한 생산성에서 설립 초기부터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는 유지할지라도 다른 부문에서는 경쟁업체들이 추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내년 12월이 되면 국내에서도 전기차 15종이 출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테슬라가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늦어도 반 년 안에 생산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