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네이버’ 정서 팽배한 한국 정치의 얄팍한 ‘역차별’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이해진 의장, 당신의 재산이 1조 2000억원이 넘는데…1조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아십니까? 이 돈 다 쓰려면 하루 100만원씩 2740년을 써야한다.”(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을 향해 KBS 기자 출신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의 송곳 같은 질의 내용 중 일부다.

덧붙인다면 이날 이 전 의장을 향해 민 의원은 “지금부터 계속 매일 100만원씩 80세가 될 때까지 108억원을 쓸 수 있다. 즉. 이 전 의장이 죽기 전까지 1조원을 다 쓰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 대목을 지켜보면서 참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다는 생각이 앞섰다. 물론 민 의원은 이날 이 전 의장의 개인 재산 외에도 다양한 질의를 토해냈다. 문제는 왜 그 다양한 질의 속에 이 전 의장의 개인 재산을 거론했느냐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분명 자본주의 사회다. 국민이면 누구나 노력만 하면 막대한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자본주의 중심의 국가임에 분명하다.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각고의 노력과 능력을 바탕으로 축적한 개인의 재산을 두고 야당의 정치인은 한 자본 기업 총수를 작심한 듯 몰아세웠다.

물론 민 의원이 강조한 이 전 의장의 개인 재산 발언의 배경에는 거대한 몸집을 불린 네이버의 경영 행태를 겨냥했다는 것도 십분 이해되는 대목이다. 다만 왜 하필 그 대상이 이 전 의장이었냐는 것이다.

지난해 촛불반정 이전 9년에 걸쳐 집권 여당이던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정치집단은 단 한 번도 정경유착을 통해 친분을 쌓았던 재벌기업 총수들의 개인재산을 놓고 왈가왈부 한 적을 본적이 없다.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현재 구속 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산을 놓고 “이 천문학적 수치의 재산을 이 부회장 당신이 매일 100만원씩 써도 죽을 때까지 쓰지 못할 것”이라는 그 발칙한 발언을 아쉽게도 들어보지 못했다.

◆ 방송기자 출신 정치인의 “네이버가 언론이냐?”

네이버라는 포털(Portal)은 용어 그대로 ‘인터넷 진입을 위한 관문’이다. 포털을 거쳐야만 방대한 플랫폼을 접할 수 있다. 이 거대한 플랫폼으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수단이 바로 포털인 것이다.

네이버는 곧 방대한 그물망과 같은 플랫폼이 요구되는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브릿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감에서 화두가 됐던 뉴스를 비롯해 쇼핑과 문화 등 모든 유통망을 잇는 절대적인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가 언론이냐?” 이 질문에 이 전 의장은 “본질적으로 보면 언론이 아니다.”고 답했다. 조금은 아쉬운 답이었다. 네이버는 분명 ‘언론’일 수 있다. 방대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대다수 언론이 입점되면서 국민들이 네이버를 통해 스스로 뉴스를 접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유저 편의를 위한 뉴스 콘텐츠 플랫폼 기능’을 가진 언론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뉴스를 비롯한 모든 사회, 문화, 취미, 유통 등 어마어마한 기업집단과 개개인의 재능과 기능을 탑재한 플랫폼을 형성한 IT 기술의 산실임에 분명하다.

이 억지와 같은 네이버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대한민국 언론을 장악한 네이버는 분명 법적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삼성전자와 현대, SK도 갖지 못한 언론의 기능을 어째서 네이버는 가져야 하냐며 쏘아 붙였다.

민 의원은 “네이버는 취재를 하지 않아도 모든 뉴스가 스스로 찾아오는 희한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편집만 해도 언론사가 될 수 있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당연하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에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생산된 기사를 공급하고 싶은 언론사가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절대 다수가 아침에 눈을 뜨고 틈만 나면 클릭을 하는 곳이 바로 네이버이며 그 네이버 속 뉴스를 검색하고 들여다본다.

절대 다수가 눈을 뜨고 검색하는 편리한 기능을 탑재한 네이버, 그 속에서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포털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때문에 네이버는 표면적으로 볼 때 단순 플랫폼을 임대하지만 결과적으로 뉴스를 연결하는 언론의 또 다른 기능일 수 있다.

이 같은 단순한 논리는 언론 바닥에서 밥 술 정도 먹은 어지간한 기자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KBS 기자 출신 민경욱 의원이 이 같은 패러다임을 모를 일 없기에 “네이버가 언론이냐?”는 질문에 웃음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 국민의 생활화 된 네이버 뉴스…구글처럼 해라? 역차별적 발언

네이버를 통해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접하는 것은 이제 국민의 생활이 됐다. 아니 당연할 수밖에 없는 대세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은 네이버 패션 플랫폼을 통해 트렌드를 만들고 자신만의 개성을 채우는 도구가 된지 오래다. 검색엔진에 클릭 한번 만으로 국민들은 자리에 앉아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을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네이버 검색창을 통해 한글 ‘자음’만 쳐도 연관 검색어가 나오면서 국민들은 너무도 편리하게 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네이버 검색창에 우리말 자음인 ‘ㄱ’만 쳐도 무수한 연관 검색어가 나온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자신이 원하는 내용이 무수히 쏟아지는 이 편리함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미국은 뉴욕타임즈 기사를 보기 위해 ‘뉴욕타임즈 닷컴’이라고 일일이 쳐야 나오는데 한국은 네이버에서 검색해야 나오더라. 이만큼 네이버가 모든 언론을 아우르는 왕국인 셈이다.”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직접 검색창에 지정해야만 나오는 글로벌 포털 기업 ‘구글’의 얘기다. 모든 플랫폼이 한눈에 들어오는 네이버의 방식과 달리 검색창 하나만을 강조하고 나선 구글처럼 유저가 원하는 목적을 검색을 통해 찾으라는 것이다.

구글 검색창에 ‘뉴욕타임즈 닷컴’을 검색하는 방식과 달리 국내 유저 편의성을 고려해 다양한 플랫폼을 배열한 네이버의 방식이 결과적으로 모든 언론을 아우르는 왕국이 됐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물론 네이버가 보여준 스포츠 협회가 요구한 임의적 기사배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네이버의 기능과 영향력을 악용한 기사 배치 문제만 보더라도 네이버의 언론 장악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털로써의 네이버의 기능은 국민 편의적 측면에서 볼 때 인정할만한 가치가 있다. 실제로 네이버의 다양한 비즈니스 플랫폼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등극한?네이버 라인을 비롯한 네이버의 비즈니스 플랫폼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야후, 아마존과 같은 거대 IT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IT환경을 변화시킨 네이버의 플랫폼을 구글에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역차별적 발언이 아닐까? 필리핀의 유명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졸리비’가 있다.

필리핀 토종 기업인 졸리비는 필리핀 현지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화시대에 맞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맥도날드와 KFC와 같은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누르고 필리핀 내 독점을 하고 있는 졸리비는 필리핀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졸리비는 필리핀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 매장을 늘려 나가고 있다. 졸리비가 이처럼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동력은 필리핀 국민은 물론 정부 차원의 절대적인 지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IT기술을 바탕으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네이버에 대해 우리는 어떤 시각을 보이고 있는가? 이번 네이버 국정감사를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 시선에는 ‘반 네이버’ 정서가 팽배한 한국 정치가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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