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고속철도 프로젝트 ‘일대일로’ 추진 가속화

[데일리포스트=이정훈 기자] 동남아시아 경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의 일련의 행보가 무섭다. 중국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 경쟁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과 싱가포르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을 다시 시작했다.

그간 자금과 환경 등의 이유로 정체됐던 중국 쿤밍發 라오스→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관통하는 3000km에 달하는 고속철도 구간 중 태국 노선 건설에 시동이 걸린 것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태국 정부와 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의 조속한 실행을 위한 협력에 전격 합의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경제 측면에서 가장 중시하고 있는 정책은 대내적으로 산업구조조정을 통한 고도화 정책인 ‘공급측 개혁’과 대외적으로 21세기형 실크로드 건설사업인 ‘일대일로’전략이 있다.

동남아 고속철도 건설 사업은 ‘일대일로’프로젝트의 출발점이면서 미래 100년을 내다보고 추진하는 선도적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시험 무대인 것이다.

◆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전략은 무엇인가?

시진핑 정부가 주도하는 일대일로 전략의 기본 개념은 중국이 심각한 공급과잉 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인근 국가에 자금을 지원하고 철도와 항만 등 물류 인프라를 구축, 이를 통해 완제품 수출과 설비 이전을 가속화 하는 한편 자원을 수입하는 개념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이는 곧 인프라 건설이 중요한 시발점이라는 해석이다. 지역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중국 정부가 발표한 6개의 경제회장 중 중국과 동남아 경제회랑은 기타 경제회랑과 비교해 파급 영향력과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큰 회랑으로 분류되고 있다.



경제회랑(Economic Corridor)=중국 정부가 일대일로(一?一路)연선국가들과 중국을 철도와 도로, 송유관 등을 통해 연결 짓겠다는 구상을 의미한다. 현재 중국은 중국-파키스탄 △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 중국-몽골-러시아 △ 유럽-아시아 △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 중국-중남반도(인도차이나 반도) 지역을 잇는 6개의 경제회랑 건설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남대엽 책임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동남아 종단 고속철도 건설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며 “경제적 목적도 뚜렷한 동남아 지역에서 길을 여는 데 실패한다면 중국이 강조하고 있는 일대일로 전략의 미래는 불투명해 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중국의 ‘동남아 종단철도’ 최초 목적은 ‘침탈’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의 미래를 위해 3000km에 달하는 방대한 동남아 종단철도 실현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동남아 종단철도 건설의 목적은 대외 확장이 아닌 대중국 침탈 프로젝트 일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약 1세기 전 동남아 각국에 식민지를 건설한 프랑스와 영국은 중국 진출과 자원 탈취 목적을 위해 중국과 베트남,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철도 노선을 구상한 바 있다.



실제로 당시 중국 쿤밍에서 베트남 하이퐁 항구로 연결되는 철도가 건설됐다가 이후 폐기됐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종단철도 건설을 다시 주장한 국가도 중국이 아니다.

지난 1995년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전 총리는 제5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쿤밍과 싱가포르를 잇는 국제철도 건설을 제안한 바 있다. 유럽횡단철도를 모범삼아 지역 경제의 통합과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종단철도 건설이 절실하다는 입장에서다.

하지만 당시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마하티르 전 총리의 제안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2010년 중국 주도하에 동남아 종단철도 건설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중국은 2010년 발효한 중국·아세안 FTA를 계기로 중국→베트남→라오스→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잇는 총연장 5500km의 고속철도 건설을 제안했다. 중국은 특히 고속철도 수출과 동남아 시장 공략 강화, 믈라카해협을 거치지 않고 인도양에 진출할 수 있는 루트 확보 등을 위해 동남아 고속철도 건설에 역점을 전력투구 했다.

이를 위해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최고 지도부는 동남아를 수시로 방문하면서 지속적으로 ‘고속철도 외교’를 활발하게 펼쳤다.

◆ 순항하던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라오스·태국서 ‘급제동’

중국의 새로운 경제 판로를 개척하게 될 일대일로 전략을 위한 시진핑 국가 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발 빠른 외교전이 약발을 들어 지난 2015년 중국과 라오스가 철도 프로젝트 관련 MOU를 정식으로 체결했다. 중국의 바램대로 일대일로 첫 관문의 포문을 연 것이다.



중국과 라오스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 프로젝트는 총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될 계획이다. 우선 1단계는 쿤밍의 바로 아래 지역인 위시(玉溪)와 국경 접경지인 모한(磨?)을 잇는 고속철도 공사는 2015년 8월 시작됐다. 나머지 2,3단계 프로젝트도 순차적으로 시작해 모든 공사를 오는 2019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라오스와의 MOU 체결에 앞서 중국은 태국과 2014년 12월 MOU를 체결하고 태국을 종으로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이로써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동력 삼아 동남아 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엔진에 가속도를 붙였다. 하지만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은 순항하던 중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라오스 정부가 중국에 사회 및 경제 영향평가를 요구하면서 공사를 중단했으며 태국 역시 자금 조달 문제로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공사의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게 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연리 2.5%의 차관을 제시했지만 태국은 일본이 제시한 1%대 개발원조차관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 정체됐던 동남아 고속철도 공사 승인…기사회생한 중국

순항하고 있던 중국의 동남아 고속철도 사업이 고금리 차관과 라오스의 막대한 투자금 직접 부담 등의 이유로 정체되면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막대한 차질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동남아 고속철도 프로젝트는 신기루와 같이 증발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최근 태국은 1단계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태국 정부는 올 7월 수도 방콕과 북동부 나콘 라차시마를 연결하는 250km 구간의 1단계 공사를 공식 승인했다.

소요되는 투자비는 총 55억 달러(한화 6조 1297억원)을 틀여 오는 2021년 완공을 목료로 사업을 재추진한 것이다. 물론 태국정부의 공사 재개 배경에는 철저한 계산이 숨겨져 있었다. 사업 재개를 위한 조건으로 태국이 자본 일부와 자재를 투입하고 태국 건설업체가 시공하되 중국이 기술과 디자인, 업체 교육 등을 담당할 것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고 이를 타협한 것이다.

고속철도 사업이 완료되면 고속철은 태국이 직접 운영한다는 조건까지 제시하면서 말이다. 중국이 투자하는 막대한 자본 부담은 안고 가더라도 결코 중국에게 주도권은 넘겨주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시진핑 정부는 태국에서 첫 단추를 꿰는데 성공했다. 물론 태국을 제외한 라오스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사업은 불투명하지만 초기 장기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일대일로’전략을 위한 초석은 마련한 셈이다.

남 책임 연구원은 “한번 설정된 산업표준은 변경되기 어려우며 철도의 경우 연결성이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면서 “동남아 고속철 건설 재개로 중국의 꿈이 동남아에서 펼쳐지는 날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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