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전세계 통신업계가 5G 조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5G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일본, 중국, 미국, 독일 등 각국 정부가 2020년을 5G 상용화 원년으로 내세우며 국가적 차원에서 5G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 이통3사의 5G 인프라 투자 현황...통신장비 업체 경쟁 치열

일본은 총무성 주도로 5G 조기도입 전략을 수립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 시점에 완벽한 5G 기술을 구현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데이터 전송속도 20Gbps 이상의 속도 구현을 위해서는 초고주파수가 필수이기 때문에 기존 기지국보다 더 많은 기지국을 구축해야 한다. LTE 대비 2배에 가까운 투자비용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5G 시장 선점을 위한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5G가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될 국가 미래 통신 플랫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일본 이통3사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정책에 힘입어 5G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니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NTT 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일본 이통3사의 5G 총 투자액은 무려 5조엔(약 51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일본 이통사는 5G 체제를 조기에 구축해 차세대기술의 폭발적인 보급 촉매제가 될 5G 주도권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5조엔에 달하는 5G 인프라 투자를 위한 통신장비 업체 선정을 둘러싼 뜨거운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1) 도코모

일본 통신업계의 선두주자인 NTT 도코모(이하 도코모)의 4G 통신장비는 그간 일본업체인 NEC와 후지쯔가 중심이었으나 최근 에릭슨이 공세를 가하고 있다. 에릭슨 재팬은 "이미 5G 지원이 가능한 수준이며 장비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에릭슨은 지난해 2월 도코모 연구시설에서 20Gbps(초당 기가비트) 이상의 통신에 성공했다. 다른 통신장비업체가 아직 수 Gbps 수준인 만큼 5G 최고속도에 가장 먼저 다가서며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지난 5월에는 도쿄 스카이트리(도쿄 스미다) 전망대에서 촬영한 6개의 4K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꽤 까다로운 5G 실증실험에도 성공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노키아가 다소 우위에 있다는 견해도 있다. 2015년 파나소닉 통신장비 사업을 인수한 후 도코모와의 거래 관계를 확대했으며 지난해에는 프랑스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했다. 5G는 기지국에 접속하는 기간 통신망 등의 고성능 장비를 중심으로 어필하고 있다.

노키아 일본법인은 "일본 이통3사 모두에 장비를 납품하고 실증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노키아 뿐이다. 모든 5G 장비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한다.

2) KDDI(au)

KDDI 4G 통신장비 공급업체는 유럽 ‘에릭슨(스웨덴)’과 ‘노키아(핀란드)’였다. 그러나 5G에서는 한국 삼성전자가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삼성은 인프라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4% 정도지만, 5G에서 반격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것이 KDDI와 삼성전자가 8월 국내 용인에서 실시한 실증 실험이다. 테스트 코스에서 시속190km 이상으로 주행하는 자동차의 5G 핸드오버(Handover) 실험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측은 "고속 이동시의 통신연결 기술은 삼성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빠른 속도에서 5G 핸드오버를 성공시킨 것은 양사가 최초다. 28GHz 대역에서 복수 기지국 사이를 시속 192km로 주행하며 핸드오버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양사는 올해 2월 일본 도쿄에서 28GHz 대역을 이용해 시속 60km로 주행하는 차량의 핸드오버에 성공한 바 있다.

고속이동시 접속 기지국을 원활하게 전환하는 '핸드오버' 기술은 5G 실용화의 주요 과제다. 현재 5G 실험의 대부분은 핸드오버를 사용하지 않는 단일 기지국과의 통신이다. 삼성은 10월 중순 이후 KDDI와 JR 동일본 시험차량을 통한 실증실험도 진행한다.

3) 소프트뱅크

소프트뱅크 장비업체 역시 KDDI와 마찬가지로 유럽발 에릭슨과 노키아였다. 하지만 4G 대비 20배나 초고속·대용량인 5G는 중국 화웨이와 ZTE 양사가 가격 경쟁력을 강점으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한 상황이다.

세계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임원은 "우리는 2009년부터 5G 연구개발에 힘써왔다. 30곳 이상의 통신사업자와 실증 실험에 합의했다"고 강조하며 일본시장의 대형수주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지난 9월 소프트뱅크가 도쿄 고토구에서 실시한 5G의 실증 실험에서 화웨이는 자사 기술력을 어필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향후 모든 물건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장에 거대한 사업기회가 있다고 강조해왔는데 (5G는) 이를 선점하는 첨단 기술“이라고 언급했다.

소프트뱅크가 실증실험에서 선보인 것은 ‘하키 로봇’으로 하키대 앞에 로봇을 설치해 모든 방향에서 던져진 공을 팔로 반격해내는 모습을 공개했다.

로봇은 공의 위치를 ??감지해 즉시 궤도를 계산해 팔로 제어한다. 계산결과를 5G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팔에 전달해 공을 쳐내는 기술이다.

통신지연이 발생할 경우 로봇 팔의 반응이 늦어져 공을 쳐낼 수 없지만 5G로 통신지연을 0.002초로 억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소프트뱅크는 차세대 생산 기술로 충분히 응용할 수 있는 수준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손정의 회장이 5G 투자를 최소화할 의향임을 내비치는 것도 중국 통신장비 업계에 강한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웨이 매출은 5조엔에 육박하며 세계 무선인프라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5G 투자가 본격화될 전망인 가운데 설비 양산에서도 크게 앞선 행보를 보이는 화웨이의 강점은 역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다.

◆ 5조엔에 달하는 일본 5G 인프라 시장을 잡아라!

일본 이통3사는 2019년 이후 5G를 위한 설비투자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연간 투자액은 총 5000억엔 규모로 무려 10년간 투자가 지속된다. 거래 업체 목록에서 사라질 경우 5조엔 시장에서 도태되고 마는 셈이다.



5G는 사람들의 생활과 산업 전반에 막대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일본은 5G 기반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로봇 산업 등의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인 거대시장이다.

이에 유럽 2강(에릭슨, 노키아)은 자신들의 아성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며 중국 세력은 자국에서 압도적으로 강하지만 미국사업이 제한되어 일본 본격진출이 오랜 숙원이라고 할 수 있다. NEC와 후지쯔는 일본시장이 '최후의 보루‘다.

따라서 일본 5G 인프라 판매 경쟁은 통신장비업체 각사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앞으로 1년간은 일본 이통사의 선택을 받기 위한 유례없이 치열한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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