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금품 제공 외에도 조합에 2400억원 규모 옵션 제의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사업비 1조원 규모의 한신4지구 재건축 시공사 수주전서 GS건설에게 참패당한 롯데건설이 이번에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불법적인 금품 제공을 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지난 16일 조합원 총회에서 투표를 거쳐 시공사를 선정한 한신4지구 재건축 입찰 과정에서 롯데건설은 시공권 우의를 선점하기 위해 조합원들을 상대로 은밀한 거래를 제의하고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롯데건설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경찰은 GS건설과 수주 경합을 펼쳤던 롯데건설이 조합원을 상대로 불법 금품 제공은 물론 2400억원 규모의 서비스 제공을 약속했다. 롯데건설이 제시한 이 금액 중 일부는 이사비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될 경우 이에 따른 부담금을 옵션으로 제공하겠다고 조합원들을 현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건설의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불법행위는 한신4지구 뿐 만이 아니다. 이보다 앞서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아파트 수주 과정에서도 현금과 고가의 가방, 그리고 금품과 향응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의 압수수색이 실시된 롯데건설이 불법 금품 살포 행위는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에서 경합을 펼쳤던 GS건설이 운영한 사설 신고센터 ‘불법 매표 시도 근절을 위한 신고센터’의 신고 접수 결과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GS건설이 각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보면 현금을 비롯해 백화점 상품권과 명품 가방, 그리고 금품과 향응 제공 사례 25건이 접수 됐다며 증거품을 공개한 바 있다. 다양한 증거품 중에는 롯데건설 관계자들의 명함도 포함돼 있다.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음성적 거래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롯데건설 본사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은 한신4지구 조합원의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진행됐다. 물론 사설 신고센터를 설치해 불법 금품 제공 증거를 확보하고 발표한 GS건설의 내용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정비법 제11조 5항에 따르면 시공사 서정과 관련, 누구든지 금품과 향응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됐다.



지난달 10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가구당 이사비 7000만원을 제시하며 과열경쟁을 펼쳐 논란이 되자 국토부가 현대건설의 이 같은 지원 행위도 도시정비법에 위배된다며 엄중 경고한 바 있다.

시공권만 따내면 막대한 실적이 보장되는 재건축 사업에서 음성적 거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간 뉴스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재건축 수주를 위한 불법적인 거래는 오랜 관행으로 이어져왔다.

멀리 내다 볼 것도 없다. 최근 막대한 ‘돈 잔치’를 펼치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운 반포1단지(1,2,4주구)역시 불법과 편법이 난무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조합원들의 입맛을 맞추고 유리한 선점에 나섰다가 수사의 대상으로 전락한 롯데건설이 뛰어든 한신4지구 역시 오랜 재건축 시장의 음성적 거래의 관행에서 비롯됐다.

품질과 기술력은 철저히 배제됐다. 무슨 짓을 하던지 시공권을 따내고 보자는 막가파식 불법과 편법을 강조하고 나선 롯데건설, 일각에서는 제대로 적발된 한신4지구 뿐 아니라 롯데건설이 참여한 재건축 수주전서 온갖 금품 행위가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앞서 롯데건설이 천신만고 끝에 수주에 성공한 잠실 마성·크로바를 비롯해 지난달 롯데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지역에서 현대산업개발에 발목을 잡혀 시공권을 빼앗긴 사업비 1조원 규모의 부산 재정비촉진 3구역 수주 과정에서도 불법 행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최근 도시정비사업 강화에 나서면서 강남권 재건축 사업은 물론 전국 지역을 상대로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면서 “도시정비사업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롯데건설에 대한 재건축 시장의 인지도가 낮다 보니 기술력, 노하우, 그리고 향후 환금성이 보장되는 상품 제시 보다 실적을 위한 과도한 경쟁이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오직 기술력과 품질, 원가만을 강조하며 불법적인 음성거래로 점철돼 혼탁함이 가득한 재건축 시장에서 ‘정도 영업’을 업계 최초로 강조하고 나선 GS건설에게 제대로 굴욕을 당한 롯데건설, ‘돈’을 통해 조합원들의 니즈를 끌어내려 했지만 오히려 패배에 이어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제대로 망신만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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