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온라인 영업으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선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Amazon.com)이 오프라인 시장에 대한 야욕을 구체화하고 있다. 아마존이 지난 6월 137억 달러에 미국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즈마켓(Whole Foods Market) 인수를 선언했을 때 업계는 아마존의 식품 유통시장 평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실제로 아마존은 홀푸즈를 인수한 후 8월 28일 영업 시작과 동시에 ‘고가’라는 인식을 바꾸는데 가장 먼저 힘을 쏟았다. 일부 홀푸즈 제품 평균 가격을 약 40% 파격적으로 인하하며 식료품 유통업계에 뜨거운 가격 경쟁의 서막을 예고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홀푸즈가 아마존 전략과 최신기술을 등에 업고 판매형태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한 힌트를 회사 직영 서점인 ‘아마존 북스(Amazon Books)에서 찾을 수 있다고 평했다.

◆ 미래형 서점 ‘아마존 북스’의 전략

아마존은 창립 20여년 만에 오프라인 서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마존 북스에 진열된 책에는 가격 표시가 없다. 대신 점원은 곳곳에 비치된 스캐너를 통해 고객 스마트폰으로 스스로 가격 정보를 확인하도록 장려한다.

아마존은 미국 내 온라인 유료 멤버십 ‘프라임(Prime)’ 회원에게 도서를 타사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아마존 북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즉 가격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게 아마존의 생각이다.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해 다른 매장 및 온라인과 가격을 비교해 가장 저렴한 곳에서 구매하는 행동을 '쇼루밍'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이런 고객 행동이 소매점에 타격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마존은 이를 오히려 고객에게 촉구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책을 살펴본 후 아마존에서 책을 구입해도 되고 자사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로 전자책으로 읽어도 모두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 아마존의 빅데이터를 오프라인 매장에 활용

한편 아마존은 서적의 온라인판매 데이터를 아마존 북스에 활용한다. 예를 들어 지역별로 다른 책을 공급하고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WSJ는 슈퍼마켓에서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가격을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인터넷 쇼핑몰에서 얻은 방대한 빅데이터가 지역별 히트 상품을 찾을 수 있어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아마존은 홀푸즈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향후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 홀푸즈 각 점포의 상품 진열을 재정비해 나갈 것이다.

아마존 북스에는 이외에도 다른 서점과 다른 특징이 있다. 상당수의 책을 표지를 정면으로 한 형태로 선반에 진열해 판매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서점마다 진열 가능한 도서는 5000권 정도로 한정돼 수만~수십만권을 가진 대형매장과 대비된다. 그렇지만 아마존 북스는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여기에는 아마존의 데이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책들로 매장을 채우기 때문이다. 고객의 서평과 별점도 그대로 공개된다. 기존 서점에서는 책만 가지고 평가했다면 아마존 북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데이터’를 가지고 평가할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 전략이 홀푸즈에도 그대로 도입될 것이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하다.

오프라인 서점의 침체속에 아마존이 아마존 북스를 처음 연 것은 2015년 11월이다. 1호점 위치는 회사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이었다. 그 후 아마존은 매장을 샌디에고, 포틀랜드, 뉴욕 맨해튼 등으로 확장해 1호점 개설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12개 점포가 영업중이다. 회사 웹 사이트 정보에 따르면 아마존 북스는 곧 새로운 3개의 매장이 오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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