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일본에서 동아시아 지역의 위암 발병률이 높은 원인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균)이 만드는 단백질의 결합방식의 차이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20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대 연구팀은 위 점막을 감염시켜 위암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헬리코박터균이 만드는 발암물질 형태를 조사한 결과, 동아시아 지역이 유럽과 미국보다 발암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위암 발병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동아시아와 서양의 발병율 차이에 대한 원인은 규명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와 서양의 헬리코박터균이 생산하는 단백질 구조에 차이가 있으며 이것이 발암성과 연관되어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헬리코박터균은 인간의 위 점막에 기생하는 세균이다. 감염되면 위궤양과 위축성 위염을 일으킬 뿐 아니라 위암의 발병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발암 과정에는 헬리코박터균이 가진 ‘CagA’라는 종양단백질이 관여하고 있다. CagA가 사람의 위세포에 침입해 ‘SHP2' 효소와 결합하면 SHP2를 비정상적으로 활성화시켜 암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연구팀은 2종의 CagA를 원자 수준에서 분석해 아미노산 차이에 의한 입체구조 차이가 발암 활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밝혀냈다. 구미(歐美)형 아스파르트산(aspartic acid) 보다 동아시아형 페닐알라닌(phenylalanine)이 CagA와 SHP2의 결합을 보다 안정화시키며 이렇게 안정된 결합이 위 세포의 암 진행을 강력히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위암 발병 메커니즘의 과학적인 원인 규명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위암 예방과 조기 치료제 개발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 9월 19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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