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지도자들 만나는 등 종교간 소통과 평화에 많은 노력



-각국 지도자들 존경과 안타까움 표시



-이달말 새 교황선출...비유럽, 최초의 흑인 추기경 탄생여부 주목






교황 베네딕토16세(85)가 고령에 따른 건강상의 문제로 오는 28일 사임한다.


바티칸 교황청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베네딕토 16세가 고령으로 인해 업무 수행이 어렵다”며 “28일 오후 8시에 사임한다”고 밝혔다.



베네딕토16세는 지난 2005년 4월19일 바오로 2세에 이어 제265대 교황에 즉위했다. 당시 이미 78세의 고령이었던 그는 7년10개월 만에 가톨릭계 수장 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교황은 종신직으로 생전 자진 퇴위한 것은 1294년 첼레스티노 5세이후 719년 만이다. 1415년 그레고리우스 12세는 교황청의 분열과 종교개혁 중에 강제 퇴위한 바 있다.



교황은 이날 성명에서 “하느님 앞에서 나의 양심에 거듭 물어본 결과 고령으로 교황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할 힘이 없다는 확신에 이르렀다”며 “이번 행동의 중요성을 알지만 완전한 자유의지로 사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베네딕토16세는 교황 선출 전에 두차례의 가벼운 심장발작을 겪었다. 최근에는 고혈압과 관절염으로 공식석상에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기도 했다. 2011년부터는 이동식연단을 사용해왔다.



베네딕토16세는 2010년 발간된 대담집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교회를 더 이상 이끌기 어렵다고 느껴질 경우 사임할 권리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의무이기도 하다“고 말해 이전부터 건강문제로 교황직을 수행하기 힘들면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독일 출신으로 1997년 추기경, 1981년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에 임명됐으며 동성애·사제결혼·여성사제·이혼·낙태 등에 엄격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유대교와 이슬람 지도자들을 만나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등 종교간 소통과 평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콘클라베가 베네딕토 16세 퇴위 날로부터 15~20일 이내 열릴 것이다”고 밝혔다. 콘클라베는 교황선출기구로 전 세계 추기경 가운데 80세 이하 추기경들이 외부와 접촉을 끊고 바티칸시국 내 지정된 장소에서 신임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매일 두 번씩 비공개 투표를 한다. 현재 80세 이하의 추기경은 120명에 이르며 우리나라의 정진석 추기경은 82세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



새 교황 후보로는 이탈리아의 안젤로 스콜라 밀라노 대주교(72), 오스트리아 빈의 크리스토프 쉔버른 추기경(68)과 함께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피터 코드워 턱슨 추기경(65), 캐나다의 마르크 우엘레 퀘벡교구 대주교(69), 인도 출신 이반 디아스 추기경(77)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턱슨 추기경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비 유럽 출신, 더 나아가 최초의 흑인 교황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한편 교황의 사임 소식에 각국 지도자들은 존경과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 국민을 대신해 감사와 기도를 전한다”고 밝혔으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영적인 지도자로서 그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의 모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교황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데 대해 최고의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종교사상가 중 한 분"이라고 존경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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