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8주기 봉하마을 축제 속 박근혜 첫 재판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됐습니다.…(중략) 노무현의 꿈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습니다.…(중략)저는 앞으로 임기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 담겠습니다.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리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임무를 다 한 다음 찾아뵙겠습니다. 당신이 했던 그 말 ”야 기분좋다“ 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십시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추모사 中)

땀방울이 옷깃을 적시는 때 이른 더위 속에 엄수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이 열린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평일에도 불구하고 전국 곳곳에서 몰려든 3만명의 인파로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웠습니다.

“아직도 대통령님의 목소리가 생생하다”며 진한 그리움의 소회를 전한 노무현 재단 박혜진 아나운서의 차분한 진행으로 펼쳐진 추도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씨를 비롯해 정세균 국회의장,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정계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수많은 추모객들이 몰린 이날 추도식의 인사말을 전한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오늘 문재인 대통령께서 이렇게 참석하셔서 감회가 새롭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꿈꿨던 세상과 문재인 대통령이 완성할 세상, 사람사는 세상이 오늘의 주제이며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이해찬 이사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정세균 국회의장은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강고한 기득권의 벽과 비상식과 부조리라는 벽에 온몸으로 항거했던 당신이 토해낸 당신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며 “바보 노무현이 시작한 이상의 역사를 이제 우리 국민과 민주정부가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추도식에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모시 ‘운명’을 낭송해 추모객들과 방송을 지켜보는 네티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강고한 보수의 벽을 깨고 대선에서 승리한 문 대통령은 당초 대통령에 당선되면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참석한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추모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이제 가슴에 묻고 임기동안 대통령님의 추도식을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결심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같은 국가적 행사가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의 경우 자칫 논란의 불씨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임기동안 노 대통령의 추도식을 찾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반드시 나라다운 나라와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찾아뵐 때 비로서 노 대통령의 생전 ‘야 기분좋다’고 외쳐 달라고 말하자 추모객들은 ‘문재인!’을 연호하며 박수를 쏟아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5월 23일 노무현 8주기 추도식은 이명박, 박근혜 집권 이후 8년 만에 가장 축제와 같은 분위기로 거행됐습니다.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참배객들은 물론 노 대통령의 흔적을 쫓아 가족과 함께 봉하마을 곳곳을 누비는 시민들의 얼굴 어디에도 분노와 슬픔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충북 청양에서 가족과 함께 방문한 이태형씨는 “두 분(임채정, 정세균)의 국회의장과 문 대통령의 ‘야 기분좋다’는 노 전 대통령의 말씀을 인용할 때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사람사는 세상, 문 대통령의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는데 이제 국민들이 함께 참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이 문재인 대통령과 3만명의 시민들이 대거 참석하며 축제의 열기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삼성을 비롯해 대기업에서 592억원의 뇌물을 수수하고 요구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지난 2009년 5월23일 서거 이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민들의 끊임없는 존경의 대상으로 추앙받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이 가장 행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던 이날 국정농단 사태의 배후로 지목돼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무너지고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초라한 모습에 국민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