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막대한 예산 쏟아내며 '그래핀 시장' 선두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차세대 전자·구조 소재 등으로 주목받는 2차원 탄소 물질 그래핀(graphene)을 이용해 밀도는 강철의 5% 수준이면서 강도는 10배나 강한 3차원 그래핀 구조체를 개발, 주목을 받고 있다.

MIT뉴스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토목·환경공학과 마커스 뷜러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서 원자 한 층 두께의 막인 그래핀을 이용해 강철보다 10배 강한 3차원 다공성 구조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그래핀 다공성 구조체의 기계적 특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는 것으로 그래핀 기반 소재의 기능적 특성 예측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뷜러 교수는 "그래핀은 두께가 극히 얇기 때문에 자동차나 건물, 기구 등에 쓰이는 3차원 물질을 만드는 데는 별 쓸모가 없다"며 "이번 연구에서 2차원 그래핀을 우수한 물성을 가진 3차원 구조로 만드는 방법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그래핀의 거동을 구조 내의 개별 원자 수준에서 분석하고,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 그래핀이 강하고 안정된 3차원 물질이 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다.

열과 압력을 가해 그래핀 조각들을 압착하는 방법으로 만드는 이 구조체는 구멍이 많아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지극히 넓은 다공성 물질로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이 구조체는 밀도는 강철의 5%밖에 안 되지만 강도는 10배나 컸고 3D 프린터로 만든 구조물 표본도 실험에서 정확히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

뷜러 교수는 " 3차원 다공성 구조체의 뛰어난 강도의 비밀은 그래핀이라는 소재가 아니라 그 구조에 있다"며 "이는 종이 한 장은 매우 약하지만 이를 원통으로 말았을 때 강한 힘을 내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덧붙였다.

▲그래핀(Graphene)은 무엇인가?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6각형 벌집 모양으로 결합해 원자 한 층 두께(0.25㎚)의 막을 이루는 물질이며 지난 2004년 처음 발견됐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할 뿐만 아니라 잘 휘어지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 차세대 전자소재는 물론 구조소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래핀2

그래핀은 2차원 물질로는 알려진 것 중 가장 강한 물질로 꼽히며 이를 이용하면 매우 가볍고 강한 물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그래핀으로 우수한 물성을 유지하는 3차원 구조체를 만드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핀소재 디스플레이는 잘 접혀진다. 이 때문에 그래핀 디스플레이는 터치스크린기기 업체에서 ‘꿈의 소재’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양산기술로서 아직까지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생산비가 비싸다.

전문가들은 그래핀이 반도체 투명전극, 디스플레이, 솔라셀은 물론 의료기, 스마트슈즈, 우주복 등에도 적용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中 정부, "그래핀 시장을 잡아라"

글로벌 그래핀 시장에서 선두주자는 중국으로 알려져있다.

중국 국영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 산하 닝보소재연구소에서 발표한 '2015년 그래픽 전문기술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그래핀 특허출원 건수는 2009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14년에는 5000여건에 육박했다. 지난해에는 중국이 전체 특허출원 건수의 46%를 차지하며 세계 특허보유 건수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이어 한국, 미국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중국의 약진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후진타오 체제 시절 만든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인 '12.5 규획'에 따라 신흥산업 지원의 일환으로 국가자연과학기금회를 통해 3억위안이 넘는 금액을 그래핀 산업에 지원하고 있다. 중국 그래핀 분야의 시장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2020년에는 산업 규모가 1000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기업들도 그래핀 관련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그래핀 관련 특허출원은 삼성전자(005930)(224건, 7.7%)와 삼성 계열사(225건, 7.7%)가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LG 계열사(180건, 6.2%), 성균관대학교(147건, 5%) 순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상용 리튬이온전지보다 2배에 가까운 에너지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고결정 그래핀 코팅 실리콘 음극 소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특허출원 건수를 기준으로 하면 미국,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어 현 그래핀 연구개발 수준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라며 "그래핀이 응용될 수 있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2차 전지산업에서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향후 시장 성장잠재력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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