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조선후기 실학자 이익 성호 선생이 집필하신 ‘성호사설’에 보면 ‘쟁신칠인(諍臣七人)’이라는 제목의 글귀가 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신부가이부쟁어군, 고당부의칙쟁지, 종부지명, 우안득위효호(臣不可以不爭於君, 故當不誼則爭之, 從父之命, 又安得爲孝乎)’라는 뜻의 이 글을 풀이하면 “임금이 아무리 무도해도 목숨을 걸고 바른말로 간언하는 신하가 있다면 천하가 태평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심(私心)없이 직언하는 신하 일곱 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쟁신칠인(諍臣七人)’는 성호사설 외에도 공자의 말씀을 재해석한 ‘효경 간쟁(諫爭)’에도 기록될 만큼 국가를 혹은 조직을 다스리는 지도자가 바른 길로 가도록 충언하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는 옛 성현들의 절대적인 경전입니다.

최근 우리는 잘못된 상식과 시대를 역행하며 국가와 국민을 기망하고 농락한 잘못된 지도자(군주)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실을 벗어난 4차원적 사고(思考)를 앞세워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한 것도 모자라 그 신성한 권력을 사익(私益)추구를 위해 남발한 이 어처구니없는 지도자의 갈지자 행보를 제어할 충신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국민의 혈세를 바탕으로 자신의 배를 채우며 권력을 탐닉하는데 바빴던 탐관오리들만 존재했을 뿐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대통령과 이를 기회삼아 국정을 농단하고 유린한 최순실의 부역자만 존재할 뿐입니다.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과 실 국장들의 사퇴 용의가 있느냐고 질문하셨는데…[웃음]아직까지 인사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 없습니다. 통절한 반성을 한다는 입장이니까 좋게 봐주세요.”(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문체부 부역자들

지난 23일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진실규명을 위한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온갖 거짓말로 일관하며 ‘악의 꽃’이라는 닉네임을 부여 받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특검에서 구속된 이후 이틀 만에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과 실·국장 등 고위직 관료들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중심에 선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면서 ‘문화예술인과 국민들에게 크나큰 고통과 실망, 좌절을 안겨줬다’면서 통절한 반성과 함께 90도 가까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날 송 직무대행은 대국민 사과의 변(辯)을 통해 “예술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을 지키는 보루가 돼야 하는 문체부가 공공지원에서 배제되는 예술인 명단으로 인해 공정성 문제를 야기한 것에 대해 참담하고 부끄럽다”면서 “미리 파악하고 진실을 국민 여러분께 밝히고 재발방지대책 강구를 못한 데 실 국장들부터 통절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습니다.

송 직무대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문화행정의 제반제도와 운영절차를 개선하고 문화 예술계의 자율성 확립, 부당한 축소 또는 폐지와 함께 부처 간부들 역시 부당한 간섭에서 보호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겠다고 천명했습니다.

말 그대로 지난 이명박 정부 때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고질화되고 병폐된 문체부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엿보였습니다.’ 그저 엿보였다는 것 뿐입니다.

어째서일까요? 어떨결에 팔자에도 없는 부처의 장(長) 감투를 머리에 얹힌 송 직무대행과 실·국장들의 결의에 찬 대국민 사과와 제도개선 공약이 왜 그저 엿보일 뿐 확신은 없었는지 당최 알 수가 없습니다.

부역자들의 뒤늦은 해명과 철밥통 지키기 때문은 아닐까요? 앞서 언급한 성호 선생의 교훈처럼 권력에 눈멀고 사익에 양심을 내다버린 부정한 상관의 그릇된 행위에 부처의 두 번째 서열인 차관으로써 충언 한마디 던지지 못한 것도 부족해 일축했던 관료들이 이제와 폐부를 도려내겠다는 심정으로 참회를 하고 나섰으니 말입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충신’으로 착각할 것 같다는 생각에 역한 감정을 도대체 참아낼 수가 없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 특위가 없었더라면 특검이 없었더라면, 더 나아가 최순실 국정농단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더라면, 국민의 혈세로 녹을 챙겨 먹는 송 직무대행과 그 하수인 실 국장들은 오늘날 결코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말로만 대국민 사과, 어찌보면 이번 사태의 철저한 부역자임에 분명하면서도 자신들은 결코 부정하지 않았다는 송 직무대행과 실 국장들의 가증스럽고 역겨운 대국민 사과, 국민들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딱 한마디 묻고 싶습니다. 작금의 사태에 대해 통절하게 반성하고 국민들의 비판과 꾸짖음은 달게 받겠다는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과 실 국장 고위 간부님들, 죄를 청하면서도 감투는 계속 쓰고 싶은 것입니까?

못된 상관의 비행(非行)을 방관하며 오직 밥그릇만 챙기기 바빴던 별 쓸모도 없어 보이는 문체부 관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이익 성호 선생의 ‘성호사설’을 읽으시오. 그 안에서 깨달음을 찾고 감투를 벗어 던지시오. 그게 병폐에 찌든 문체부의 체질을 뒤늦게나마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통절한 반성의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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