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관 없이 ‘헬조선’ 지적하며 ‘표현의 자유’ 침해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안중근 의사가 생애 마지막 유언을 남긴 감옥이 어디인지 조차 모르는 대통령, 어쩌면 이렇게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인지, 그러면서 ‘헬조선’ 운운하며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까지 지적하고 나선 대통령의 모습을 보니 소름이 돋는 듯 했습니다.”(직장인 박준명씨)

광복 71주년 기념일이던 지난 15일 온라인 포털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두 가지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유명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랑스럽게 올린 일본의 전범기 ‘욱일승천기’ 사건과 광복 71주년을 맞아 세종문화회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기념 축사 중 여과 없이 쏟아져 나온 ‘안중근 의사가 사형 당한 하얼빈 감옥’입니다.

광복절 날 말입니다. 36년간 일제로부터 강제로 침탈당한 나라를 되찾은 해방의 날 말입니다. 팬들의 인기를 자양분 삼아 갖은 의술로 꾸민 얼굴과 몸매 하나로 춤추고 노래 부르느라 역사 공부는 뒷전이었을 27세 여자 가수의 ‘전범기 사건’은 철없다 치부하겠습니다.

하지만 한 국가를 통솔하고 이끌어가는 국가의 수반, 즉 대통령의 잘못된 역사인식은 걸그룹 여자 가수의 철없는 행동과 분명 선을 달리해야 합니다.

여순감옥

입으로는 ‘애국’을 유창하게 강조하면서 정작 항일투쟁의 선구자적인 안중근 의사가 어느 감옥에서 사형을 받았는지 조차 모르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역사인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국격(國格)’을 추락시키기에 충분하다 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께서는 차디찬 하얼빈의 감옥에서 ‘천국에 가서도 우리나라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말했습니다. 참으로 경천동지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체포된 안중근 의사가 수감되고 순국한 곳은 중국 뤼순감옥(旅???)입니다. 이곳은 1988년 중국 정부가 항일투쟁을 하다 순국한 열사들을 기념하기 위해 ‘국가중점역사문화재’로 지정할 만큼 중국인들의 관심도 깊은 곳인데요.

안중근 의사 외에도 항일투쟁을 전개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여순(뤼순)감옥에서 옥고를 치뤘고 역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 신채호 선생도 이곳에서 수감됐다 옥사한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안중근 의사가 도대체 어디서 생을 마감했는지 조차 모르는 이 한심한 대통령이 요즘 떠돌고 있는 신조어 ‘헬조선’을 강도높게 비난하며 국민의 표현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콩 한쪽도 나눠 먹으며 이겨내자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거 자신의 부친인 박정희가 새마을 운동을 명분삼아 충성도를 높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더 나아가 전 세계가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과 미래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을 전 세계가 배우고자하는 길이 되고 있다며 자긍심을 가지라며 때 아닌 ‘애국’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생떼 같은 아이들이 차디찬 바다에 수장되고 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책임 회피하고 있는 그런 나라, 일본군에 끌려가 성노리개로 전락해야 만 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평생의 한(恨)을 진정한 사과 없이 단돈 10억엔에 졸속적으로 합의해 주는 관용의 나라, 국민을 개·돼지라 표현하고 이에 분노한 국민들이 ‘헬조선’이라 맞서면 ‘종북’으로 몰고 가는 그런 나라를 과연 어느 나라가 배우려 하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개·돼지로 전락한 국민들은 고용불안과 취업난, 그리고 살인적인 폭염에 시달리면서도 핵폭탄 보다 무서운 전기요금 때문에 에어컨 한번 제대로 켜지 못하고 신음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애국’을 강조하면서 진짜 역사를 지우라 강요하고, 가짜 역사를 창조적으로 생산하라면서 말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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