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더워 죽겠는데 이달 전기세 걱정 때문에 거실 한 켠 전시된 에어컨 켜지도 않고 뻘뻘 땀 흘리며 집 청소 중입니다. 국민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보다 전기요금이 더 걱정인데 선심 쓰 듯 제시한 방안이 고작 19% 요금 할인, 이게 정답입니까?”(주부 황수연씨)

‘미운 놈은 뭘 해도 미워 보인다.’는 말이 있죠.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온갖 교태와 아부를 해도 도저히 곱게 봐줄 수 없는 그런 사람이 주변에 보면 더러 있습니다.

지난 11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들이 에어컨 바람 빵빵한 청와대에 모여 앉아 송로버섯과 샥스핀 찜, 캐비어 샐러드, 한우갈비를 우적거리며 살인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을 위한 이른바 ‘누진제 경감 방안’을 의논 한 바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누진제 11배 적용 국가, ?이 엄청난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개편 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국민들에게 정부가 제시한 최선책이라는게 고작 지난 7월부터 오는 9월까지 전기료 19.4%를 인하하고 보너스로 전력 50kw를 한시적으로 상향키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새눌 씨발놈들

역시나 국민들의 반응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차가운데요. 몇 가지 추려봤습니다.

“한반도에 태풍이 올라올 수 있도록 기우제라도 올리자” “꼴랑 19.4% 요금 할인 보다 시원한 소나기가 훨씬 더 큰 혜택이다” “누진제 없애라니까 속보이는 계산법 내놓고 있네” “에어컨 4시간 사용? 청와대, 국회부터 선행해라”

심지어 19.4% 요금 인하나 전력 50kw 인상 보다 국민들은 태풍이 불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습니다. 태풍이 불어 폭염을 식히는 것이 당정의 요금 경감 보다 더 큰 혜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진제가 최대 4배인 미국이나 일본처럼 국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누진제 개편을 요구했더니 한시적으로 전력을 50kw 높이고 전기요금 19.4%를 제시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쯤 되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말씀처럼 ‘막 가자는 것이지요.’ 얼마나 국민이 우습게 보이면 눈에 뻔히 보이는 계산법을 제시하고 나섰을까요?

정말 모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국민을 진짜 개·돼지로 치부하고 막나가는 것일까요? 당정이 마치 성은(聖恩)처럼 제시한 전력 50kw 인상은 3kw 용량 에어컨을 8시간씩 이틀이면 소진할 수 있습니다. 결국 누진제 경감 요금 6000원 할인 혜택을 줄테니 에어컨을 4시간만 사용하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부당하다며 한국전력을 상대로 국민들이 집단 소송에 나서는 국가, 눈만 뜨면 국민 혈세 뜯어낼 생각만 가득한 봉이 김선달 정부입니다.

조선시대 말 전정(田政)·군정(軍政)·환정(還政 등 세 가지 수취체제가 변질돼 부정부패가 심화되면서 농민 봉기로 확산된 ‘삼정문란(三政紊亂)’이 새삼 떠오르게 되는 현실입니다.

조선 중기 명의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 잡병편’에 보면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풀이하면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못하면 아프다”는 이 말은 국민은 전혀 체감할 수 없는 있으나마나 한 선심을 베풀면서 자신 혼자 흡족해 하며 자화자찬에 빠진 현대판 ‘봉이 김선달’ 정부가 새겨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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