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삶 주고 하늘로 떠난 배우 김성민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지난 2006년 MBC에서 16부작으로 방송했던 주말 드라마 ‘환상의커플’을 기억하십니까? 매회 마치 코믹 만화를 보는 듯 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이 드라마 속 주인공 한 명 때문에 기자는 본방은 물론 재방송까지 챙겨보는 말 그대로 ‘환상의커플’ 폐인이 된 적이 있습니다.

역사극을 고집하며 현대물은 지향했던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배우, ‘빌리 박’이라는 캐릭터로 재미교포 재벌 사위 역을 맡아 열연했던 배우 김성민 때문입니다.

“꼬라지 하고는~”대사를 유행시킨 오만하고 건방진 재벌 상속녀 ‘안나 조(한예슬 분)’의 고약한 성질 받아내며 넥타이, 향수 하나도 눈치를 보며 사용해야만 했던 빌리박(김성민 분)의 익살스럽던 모습이 머리를 스쳐지나가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처음 알게 된 배우 김성민, 그는 이 드라마에 앞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왕꽃선녀’ ‘인어아가씨’ 등을 통해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배우로 입지를 다지고 있었습니다. 구리빛 피부, 크고 깊은 눈, 그리고 각지고 시원한 그의 마스크는 여심(女心)을 잡아 끄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할 수 있습니다.

김성민 모음

그렇게 기자는 여느 팬들과 마찬가지로 “아…이 친구 뜨겠구나”하는 기대감도 가져봤습니다. 그렇게 배우 김성민은 기자의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인터넷을 뒤져보며 근황을 찾아보게 만드는 그런 존재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팬들을 충격에 빠뜨린 1차 마약 사건, 극 중 어수룩하고 겁 많은 빌리 박의 이미지만을 기억했던 것일까요?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잊고 지냈던 배우 김성민의 필로폰 투약과 대마초 사건은 그를 평소 좋아했던 팬들은 물론 기자에게도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수갑을 손목에 두른 채 고개를 숙인 그의 얼굴은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패배자의 모습 그것이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팬들은 자숙하고 재활해서 다시 재기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바랬습니다.

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잠시 활동을 중단했던 김성민은 2012년 브라운관을 통해 복귀를 했습니다. ‘남자의 자격’을 통해 재기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고 그 이듬해인 2013년에는 결혼도 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것이라 생각도 했습니다.

팬들과 기자의 기대를 한꺼번에 무너뜨린 지난해 3월 마약 투약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죠. 이번에는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징역 10월, 검찰 송치 과정에서 보여준 김성민의 얼굴은 이전 1차 마약 투약 때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더 이상 재기할 수 없다는 실의와 자괴감, 그리고 팬들을 배신했다는 자책감이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나와 본인 스스로 자포자기했음을 역력히 드러내 보였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배우 김성민은 팬들과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습니다. 기자의 기억도 함께 말이죠. 그렇게 기억 속에서 잊혀진 배우 김성민을 지난 24일 자택에서 목을 매 뇌사상태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해후하게 됐습니다.

2차 마약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지난 1월 출소하고 5개월만에 브라운관이 아닌 뇌사진단을 받고 난치병 환자들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비보로 말이죠. 선이 굵었던 배우 김성민의 황망한 죽음, 그리고 마지막 가는 길에 누군가에게 새 삶을 남기고 떠난 배우 김성민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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