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벌써 7년이 흘렀습니다. 오늘과 같이 때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2009년 5월23일 ‘권위’를 버리고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꿔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등진 날 말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7주기 추도식이 열리는 봉하마을로 수많은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습니다. 벌써 7년이나 흘렀다니…이 글을 쓰면서 밀려오는 부끄러움과 자괴감에 몸서리를 치고 있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광화문 일대를 노란 물결로 물들이며 뜨거운 오열과 함께 이명박 정권을 향해 비난과 독설을 쏟아냈던 내 자신에게 스스로 물어보고 또 물어봤습니다. 7년이라는 세월동안 그(노무현)를 얼마나 기억했는가? 짧은 이 한마디에 화끈 달아오르는 얼굴은 이내 굳어졌습니다.

참으로 간사한 것이 사람이라는 말이 있던가요? 그렇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존경하는 이를 뽑는다면 당연히 ‘노무현’이라고 외치고 싶지만 차마 입 밖에 내뱉을 수 없습니다.

23일 오늘 ‘바보 노무현 전 대통령’의 7주기 추도식을 맞이하면서 온라인과 각종 SNS상에는 “세월이 지나 보니 노무현 대통령만한 사람 없었다” “이 정권(박근혜)을 겪다 보니 당신(노무현)이 얼마나 국민을 사랑했는지 깨달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 당신이 그립습니다”라는 미사여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표현 자체만 본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7년 전 떠난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일곱 번째 맞이한 이번 추도식을 계기로 그간 흩어졌던 노심(盧心)이 결집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간 어려운 경제 탓에 먹고 사느라 노 전 대통령을 가슴 한켠에서 내려놨던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반 국민뿐만이 아닙니다. 노 전 대통령 생전 사사건건 트집과 발목을 잡고 그의 사후에도 조롱을 거침없이 토해냈던 정적(政敵)들 역시 얼굴을 내비쳤습니다.

자신의 뜻과 다르고 자신이 속한 정당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노 전 대통령 사후에도 그의 업적을 폄훼하고 그의 정치적 견해나 사고를 비웃고 조롱하던 사람들입니다.

‘친노’는 ‘패권’이라며 자신이 속한 당과 당 대표를 흔들다 결국 요란스럽게 당을 뛰쳐나온 정체성 불명 정당의 어떤 대표의 얼굴도 보입니다. 그저 보일뿐 만 아니라 참석한 시민들로부터 ‘추모 자격없다’는 거센 비난과 함께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을 그토록 경멸해왔던 새누리당 의원들도 참석하는 이 자리에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정당 대표가 시민들로부터 욕을 얻어먹고 있으니 말입니다.

국민들이 결국 바보는 아닌가 봅니다. ‘친노’는 ‘패권’이라면서도 입으로는 ‘노무현 정신계승’을 옹알대는 이 궤변론자에 대해 응징을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겉만 보면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지구도 지켜낼 수 있을 것 같은 울트라 파워 정치인입니다. 자신과 자신의 당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승만과 박정희 정신도 계승하자며 그럴 듯한 논리를 내세울 것 같은 정치인, 그가 이번 추도식에서 문전박대 당한 가장 큰 이유 아닐까요?

이 정치인의 그간의 행보를 보면 참으로 시끌벅적하다 할 것입니다. 자신의 대권을 위해 당을 흔들고 걸핏 하면 거창한 기자회견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당을 둘로 쪼갠 것도 부족해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한 당을 만들고 나섰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오래 전 <노자>는 작금의 시끄러운 정치인을 겨냥해 이 같은 말을 남겼나 봅니다.

‘치대국 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 “큰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작은 생선을 삶 듯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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